제65강 신통방통-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 구로 2014. 10. 6.월.
신통방통
민문자
지금부터 신통방통이라는 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통방통이라는 말을 쓸 때는 매우 대견하고 칭찬해 줄 만한 행동을 했을 때입니다.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가 어제 10월 4일 막을 내렸지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 10월 2일 저녁 8시부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문학경기장 가까운 곳에서 살던 때가 그리웠습니다. 저는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우리 선수와 북한 선수의 대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상시에 운동경기를 잘 안 보는 저도 이번 축구 결승전만은 눈을 부릅뜨고 보았습니다. 결승전답게 뜨겁게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는데 전반전에 골을 넣지 못하자 북한 축구 대표팀은 거친 파울로 한국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양 팀은 후반전 들어서도 공방전만 계속하고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과 북한 축구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였습니다. 연장전도 마무리되어가던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습니다. 임창우 선수가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넣은 것입니다. 그래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북한 축구 대표팀을 극적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바로 임창우 선수의 오른발이 신통방통한 것이지요.
또 폐막식을 앞두고 우리나라 농구선수와 이란 농구선수의 대결이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습니다. 마지막 승부에 이란 선수가 볼 넣기에 실패했지만 우리나라 문태종 선수는 실수 없이 공을 넣어 금메달을 획득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고 인천 아시안게임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79:77로 승리한 것입니다. 저도 요란하게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지난여름 중복 날이었습니다. 딸네 식구가 초대해서 냉면집에서 바깥사돈과 함께 만났습니다. 사돈이 자랑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 시험을 보고 끝난 날이에요, 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하기도 하며 살갑게 굴며 할아버지를 즐겁게 해준다면서 나의 외손자이기도 한 중학교 1학년인 손자가 아주 신통방통한 녀석이라고 했습니다.
‘신통방통’은 참 재미있는 말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아이들이 성장해서 떠나고 각각 살고 있으니 옛날에 자주 쓰던 ‘신통방통’이라는 말을 별로 쓸 기회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김광일의 신통방통’이라는 TV조선의 주중 아침 뉴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이슈의 뒷이야기를 매일 아침 이 '신통방통'을 통해서 보도된 신문기사와 함께 듣곤 합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 공부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하면 신통방통하다고 궁둥이를 두드려주던 생각이 납니다. 가끔 여섯 살 손자가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하면서 전화목소리를 들려주면 여덟 살인 큰 녀석보다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생활에 종종 신통방통한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기분 전환이 되어 고달프고 어려운 일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신통방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약력
황동규(黃東奎, 1938년 4월 9일 ~ )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 딸 소설가 황시내
평안남도 숙천에서 출생하였고, 1946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였다.
서울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정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수상 :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상, 연암문학상, 김종삼문학상, 이산문학상 시부문,
대산문학상 시부문, 미당문학상, 만해대상 문학부문, 홍조근정훈장, 구상문학상 본상
1958년 《현대문학》에 시 〈10월〉,〈동백나무〉,〈즐거운 편지〉 등을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한밤으로〉,〈겨울의 노래〉,〈얼음의 비밀〉 등의 역작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초기 시들은 첫 번째 시집 《어떤 개인 날》에 수록되어 있다. 이어 두 번째 시집 《비가(悲歌)》, 3인 시집 《평균율》을 간행하였고 《사계(四季)》의 동인으로 활약했다. 그 밖의 시집으로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風葬)》 등이 있다. 1968년 현대문학신인상, 1980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황동규의 시는 전통적인 한국 서정시의 강한 편향성과 서정성에서 벗어나 1950년대 이후의 현대시사 위에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며 독특한 양식적인 특성과 기법으로 인해 현대시의 방법적, 인식적 지평을 확대해 놓았다는 점에서 동시대 비평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조그만 사랑의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풍장(風葬) I/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퉁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서 빛나게 해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