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민문자
꽃은 이름이 꽃이라 곱고
나비는 이름이 나비라 나풀나풀 날고
바람은 이름이 바람이라 촌각도
지체하지 않고 바삐 움직여야만 하나보다
문(文)을 두 개나 껴안고 사는 나
글자와 씨름하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민문자(閔文子)란 이름이 자꾸만 시간을 쪽 낸다
세상에 회자하는 영롱한 언어의 사리
명시(名詩)가 제대로 나와 눈 맞춤을 한다면
굳어버린 실버 가슴 가슴에
신선한 감동을 주는 이름값을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