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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강 후회-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8. 25.월.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1214 등록일: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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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강 후회-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8. 25.월. 
 
          후회 
                                                                                        민문자 
지금부터 후회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여러 사람과 만나 생활합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좋았던 일과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일을 떠올려 봅니다. 보통은 별 뜻 없이 지나는 날이 많지요. 기억에 뚜렷이 남는 사람, 관계가 좋았던 사람, 혹은 나빴던 사람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아주 행복했던 날과 영 기분 나쁜 날은 오래도록 머리에 저장되어 가끔 그 영상이 떠올라 혼자 미소 짓기도 하고 얼굴을 자신도 모르게 찡그리기도 합니다. 
자신이 잘한 일은 좋은 추억이 되지만 잘못한 일은 두고두고 부정적인 씨앗이 되어 후회하곤 하지요. 자신의 잘못이 떠올려질 때 혼자 얼굴을 붉히고 몹시 후회하며 부끄러워합니다. 
후회는 욕심이 불러올 때가 많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몹시 시끄럽습니다.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나 사업가나 욕심이 지나쳐서 돈 좋아하다가 비참하게 죽고 구속되는 현실을 보면서 ‘저들도 후회 많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즈음 전철이 자주 고장이 나서 정차를 할 때마다 고위공직자들이 뇌물을 먹고 저질부품을 쓴 까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옛 어른들이 ‘분수를 알아야 하느니라.’라고 말씀하셨지요. 지나친 명예욕이나 탐욕이 자신을 파멸로 이끕니다. 자신뿐 아니라 사회를 멍들게 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합니다. 
제가 오래된 일을 가끔 후회하는 때가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 
처녀 시절 혼기가 꽉 차서 결혼하려고 선을 아주 여러 번 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어리석었습니다. 
선망의 대상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자신이 없고, 고향이 이북이라 안 되고, 세무공무원이라 안 되고, 시아버지 되실 분이 수산고교 교감이라 안 되고 궁합이 안 맞아서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말하자면 명주 고르려다 삼베를 골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기 짝이 없었지요. 지금은 세상도 많이 변화되었고 저의 사고방식도 지금이라면 제대로 용기 있게 결정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후회하는 일은 89세에 돌아가신 시어머님께 잘못한 일입니다. 저희 사업이 한창 위태로울 때 회사에 출근할 시각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하루는 짜증이 나서 ‘어머니, 이 시각에 제발 전화하지 마세요!’ 했지 뭡니까. 
‘얼마나 섭섭하셨을까요?’ 
요즈음 저도 자식들이 보고 싶어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하다가 전화를 걸 때도 있고 망설이다 그만두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바쁘다면서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하고 꿩 구워 먹은 자립니다. 그러면 기다리다 지칩니다. 
‘내가 한대로 받는구나!’ 후회막급이지요. 
여러분! 부모님 계실 때 효도 많이 하세요. 자녀는 본대로 배운대로 그대로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판단에 오류가 없는지 깊이 생각하고 말을 한다든지 행동으로 옮겨야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항상 신중히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면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저는 지금까지 후회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마종기 약력 
1939년 일본 동경東京 출생. 아버지 마해송 아동문학가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현재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거주. 1959년 「현대문학」시 해부학교실 등단, 한국문학작가상,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을 받았다.詩集으로 <조용한 개선(凱旋)>, <두번 째 겨울>, <변경(邊境)의 꽃>,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等 
   
꽃의 이유 /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메아리 / 마종기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마종기 /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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