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벗에게
정다운 친구 그대여
그대 목소리 못 들은지
벌써 백일이 되어가는구나!
만화방창의 봄이 왔는데
어이 미동도 않고 여기 이리 누워만 있는가
일어나보게, 일어나 우리 함께 깔깔대며 웃어나 보자
그대 꽉 잡고 있던 기둥, 평생 하늘인 양 모시던 님도
여기 이렇게 오셨는데 왜 반기지 않는가
아! 온갖 초목이 좋다고 방긋방긋 웃어대는데
왜 그대는 덧니 드러내며 웃던 그 매력적인 모습
어디에 감추고 나타나지 않는가
그대 떠난 세상은 공허하고 심란해지네
북한에서는 또다시 핵실험을 한다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쏜다고 위협을 하지
나라 안은 세월호 침몰 대형사고로
모두 우울한 늪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네
옛날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지?
환갑 넘기고 칠순을 넘겼으니 옛날을 생각하면
섭섭지 않은 생이지만 현대는 100세 세상이라네
모두 장수하겠다고 야단법석인데
삼십 년이나 단축인생으로 끝낸 그대, 너무하이
하늘나라 좋은 자리 선점하려고
그렇게 일찍 떠났나
그대 천주님의 환영을 열렬히 잘 받았겠지
여기 이렇게 좋은 자리도
그대 천주님의 배려였겠다
우리는 사랑하던 그대와의
옛 추억을 씹으며 발길을 돌리네
벗이여!
천주님 품 안에서 언제까지나
그대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벗 이충성의 묘소에서
2014년 4월 25일 소정 민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