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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의 작품읽기

민문자 시인
나무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3342 등록일: 2010-04-07

     나무

 

                                       민문자


당신은 은행나무

두 아름도 넘는 당신의 나이테는 몇 겹이나 됩니까

비바람도 아랑곳없이 아직도

누구를 기다립니까


잎인 듯 남몰래 꽃 피워 맺은

역겨운 냄새로 감싼 보석 같은 열매

누구에게 선물하렵니까


파란 하늘 만추(晩秋)

당신의 옷자락에서 노란 돈

한 장 한 장 바람에 휘날립니다

누구에게 보내는 보시입니까


나는 대추나무

온갖 봄꽃에 눌렸다가

햇볕 따가운 칠월에야 꽃과 잎을 피워도

과일 중 으뜸인 열매를 잉태하지요


은행나무 소반에 안긴 대추차

은행나무 침대와 천 년의 사랑

당신이 기다리는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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