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외갓집 마루기둥에 외삼촌이 써 붙인 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내가 저것이 무슨 글자냐고 물었다.
세 살 위인 외사촌 언니가 자랑스럽게 크게 읽어주었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그 언니는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찹쌀과 검은 밤콩과 함께 넣은 쌀 한가마니를 보내주신다.
지난해에는 팔순을 바라보는 형부가 교통사고가 나서 좀 늦게 보내주었다고 미안해 했다.
입춘 날이면 절에 가서 입춘방(立春榜)을 가져다 문설주에 붙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졸필이지만 내가 직접 써서 붙여놓고 새봄을 반긴다.
언니도 입춘방을 붙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