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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의 작품읽기

민문자 시인
  내 인생의 빛과 그림자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229 등록일: 2012-12-07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지구를 더 아름답게 가꾸라는 소임을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인지할 수는 없지만 알몸뚱이로 세상에 나갔다가 세상인연이 끝나면 다시 빈손으로 하늘나라로 돌아오라는 신의 계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일 년 전 초여름 보리가 여물고 모내기가 한창일 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농부의 맏딸로 청주 농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시누이를 시집보내기 위해서 굶주리며 열 달 동안 베틀에 묶여 베를 짜던 어미 뱃속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나는 출가하기 전까지 밤이면 ‘아이고 다리야!’를 연신 외치며 황새라는 별명을 들으며 자랐다. 이렇게 허약해서인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사람들의 애정 어린 사랑을 받았다.

  불행히도 내 이름에 글월 文字를 둘이나 넣어주고 애지중지해 주시던 아버지가 열다섯 살에 돌아가셨다. 서른다섯 홀어머니는 논들 밭들로 농사일에 바빴기에, 장녀로서 셋이나 되는 동생들 빨래며 밥 짓기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6km 거리의 여학교를 걸어 다녔다. 상급학교는 언감생심 엄두를 못 낼 형편이었지만 인천에서 상업하시던 숙부와 숙모의 정성으로 우리 사 남매는 모두 최고학부까지 공부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 그늘이 없어서였는지 언제나 주눅이 들어서 남 앞에서 말 한마디도 변변히 못하는 소극적인 소녀로 성장하였다. 1960년대 그 어려운 시대에 그래도 우리 고장에서는 선망의 대상으로 교사가 되어 선생님 경험을 하고 결혼하였다.

  우리 부부는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시집에는 홀 시어머님과 형님 내외분이 계셨는데 형님에게는 자녀가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아기가 생겨 딸과 아들을 낳았고 자연히 어머니를 우리 집에서 모시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없는 형님 걱정하는 말씀을 자주 하시고 셋째를 임신하자 집안 어른들이 어머니 생신날 모인 자리에서‘이번에는 아이 낳으면 아들이든 딸이든 네 형에게 줘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른들 말씀에는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던 터라 거역할 수가 없었다. 태어난 셋째 아기는 아들이었다. 형님 내외분이 아기와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당신 아들로 정성껏 잘 기르셨다. 벌써 돌아가신지 십오 년이나 되는 시어머니는 비밀 아닌 비밀을 본인에게 알려주고 가셨지만 형님의 아들로 흔들림 없이 잘 지내주었다. 그놈은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여성 만나 결혼하고 아들 형제 낳고 대기업 중견사원으로 언제나 형님의 자랑이 되었다.

  우리 부부의 새끼 잃은 부모 심정을 어머니와 형님은 왜 그리 다독여 주시지 않으셨는지, 평생 속앓이를 하면서 섭섭할 때가 많았지만 체념하고 애써 태연한 척, 내 마음 진정시키며 살아온 세월이다. 내가 낳은 삼 남매 모두 잘 자라 제 몫을 잘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우애가 언제까지나 돈독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엊그제도 큰댁에서 어머니 제사상 앞에 엎드린 그놈을 보니‘저놈 내가 안 낳아주었으면 형님이 얼마나 초라하랴!’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내외분은 그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평생 표현이 없으신 분들이다.

  남편은 회사원을 그만두고 건설업을 창업하고 첫 사업에 실패하더니 두 번째부터는 못난 마누라도 참여시켜 주었다. 빈손으로 시작해서 남동공단에 공장을 마련하고 백여 명 직원에 일반건설업을 잘 운영하며 지역사회에서 이웃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보람찬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의기소침한 나를 당당한 사회인으로 변화시켜주었다. 함께 공부하자는 권유로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산업대학원, 서강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공부하였다. 공부에 재미가 들리자 언젠가는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에 가서도 공부를 해보리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사업을 크게 일구어 나보다 못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잘 살아보겠다던 우리 부부의 꿈은 십여 년밖에 누리지 못하였다.

  사촌 동생 어려운 사정을 도와 준 일과 공장 지어 주고받은 어음이 줄줄이 부도어음이 된 것이 겹쳐 1994년에 결국 손들고 말았다. 그 막막하고 어려웠던 세월의 터널을 어찌 빠져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업실패는 우리 부부의 건강도 가만두지 않았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실의에 찬 남편이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가슴 졸이는 날이 그 얼마였던가. 그러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 아닌가. 이제 겨우 평상심을 찾을 수 있는 마음공부가 된 듯싶다.

  천 평 대지에 칠백 평 건물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정오가 되면 식당에 모여들어 맛있게 식사하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공장 화단에 김칫독 십여 개를 묻어놓고 여러 가지 김치를 담가 사월까지 먹이느라 12인승 봉고차로 충북 미원까지 가서 고추를 사오기도 했다. 배추 일곱 접 무 여섯 접씩 김치 담그던 일, 부평 새벽 깡 시장에 가서 생선 상자와 부식거리를 사오던 일, 가을 떡과 삼겹살 구이 해서 나누어 먹던 일, 공장 준공식, 건물을 지어줄 때마다 서예가 입암 선생을 모셔다가 대들보에 상량문을 쓰던 일 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지금도 인천에 가면 우리가 지은 공장, 학교, 소방서 등의 건물과 주인이 바뀐 남동공단 큰길가 우리 삶의 현장이었던 그곳을 지나치려면 가슴이 아리다.

  지천명에 겨우 세상 이치를 깨달으려 할 때 어려움이 닥쳤지만 후반기 내 인생의 보람은 훌륭한 몇 분의 스승들을 만날 수 있어서 퍽 다행이었다. 스승은 가슴 속에 환한 빛으로 갈 길을 잘 인도해 주었다. 행복한 꿈을 품고 살 수 있게 해준 등불이 되어 주었다. 마음의 등불은 새로운 세상의 이정표였다.

  책과 가까이하다 보니 어린 날에 관심이 많던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다. 수필가 선생님과 시인 선생님을 만나서 그분들의 향기에 취해 공부하다 보니 어느덧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고 서예가와 문인화가를 만나보니 또 그 묵향에 취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선비정신으로 사시는 시인의 시 화살이 내 가슴에 깊이 꽂혀 존경하는 스승이 강의 하는 곳마다 찾아다니고 그분의 카페를 드나들며 가르침을 받는다. 현대의 진정한 시인을 영롱한 시별〔詩星〕로 모셨다.

  시 공부를 하다 보니 시낭송도 해보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어느 행사에서 시낭송하는 시낭송가에게 매료되어 나보다는 한참이나 연소하지만 스승으로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정확한 발음법과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선생님과 동참하는 시간은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후반기 인생에서 만난 스승들은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응원하고 겸손하게 하고 때로는 채찍질도 하면서 밝은 빛을 비춰주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나마 예술세계에 눈이 트인 것은 행복이다. 시를 쓰다 보니 시화전이며 시낭송회도 참여하게 되고 작품전시회가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 감상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 서예가와 문인화가와의 우연한 만남은 내게 또 다른 축복이었다. 詩 書 畵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린 옛 선비들의 묘미를 어렴풋이 깨달아지는 것이다.

  두 권의 부부시집『반려자』『꽃바람』과 수필집『인생의 등불』은 내 인생을 세상에 내보인 작은 빛이라고나 할까. 이제 세 번째 부부시집을 묶어 세상에 내놓을 차례다. 초보 단계인 서예와 문인화도 계속 배우고 익혀서 내 인생 더 고운 비단을 짜 보리라.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세상사에 찌들어 자존감을 잃었을 때 만난 좋은 인연이 괴로움을 이기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두게 하는 등불이 되었다. 문학을 논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을 공부하는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바가 아니었다. 같은 여성 앞에서도 말 한마디 자연스럽게 하기가 무척 어려웠었는데, 말하기공부부터 시작해서 문단에 입문하여 문학 활동을 하면서 늦게나마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보내게 되어 행복하다.

  인터넷 세상에서 젊은이 못지않게 사진과 글을 잘 올려 실버세대에게 좋은 정보나 문학으로 봉사할 힘을 기른 것은 얼마나 잘한 일인가. 2005년부터 실버넷뉴스 기자로 입문해서 현재 맡고 있는 실버넷문화예술관장으로 봉사하는 생활도 즐거움이다.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이십여 년 전에 간절히 생각했던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기회가 이렇게 나에게 주어져 공부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나의 작은 재능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바람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세상사 번뇌로 고민하고 삶이 고단할 때 가슴에 와 닿는‘지혜의 말 한마디는 천금보다 낫다.’라는 생각이다. 누군가 나의 글 한 줄로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4호선 이수역, 5호선 오금역, 6호선 이태원역, 7호선 가산디지털역 스크린도어에 나의 졸시 「그대의 향기」가 씌어 있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 무심코 바라본 눈에 들어온 몇 마디가 그의 생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자존감을 갖게 된다면 이 아니 좋은 일인가. 생선 싼 종이는 생선비린내 나고 향을 싼 종이는 향내 나는 것은 정한 이치,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눈을 뜨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침을 열자고 다짐한다.

    

      그대의 향기

 

            민문자

 

아름다운 소리에 귀 열고

새벽에 물 긷는 마음으로

오늘을 여는 향기로운 그대

 

인생의 환한 등불로

빛나는 희망 안고 자라는

꿈나무의 큰 지주(支柱) 되리

 

 

Bravo My Life in 구로 / 서울대-구로구 시민지도자 아카데미 4기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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