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민문자 시인의 작품읽기

민문자 시인
어머니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3671 등록일: 2012-11-07
첨부파일: 어머니와.JPG(216.0KB)Download: 0, 정정숙.JPG(207.4KB)Download: 0, 정정숙 09생신일 (2).JPG(128.2KB)Download: 0

「아! 어머니」

  ‘어머니’ 이 거룩한 단어는 나에게 ‘세상사는 인생 교과서’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가 어릴 때, 어머니는 언제나 서늘한 눈매에 엄격한 기품을 지니시고 바른 생활 선생님처럼 우리가 매일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 조심해야 할 일을 일러주셨다. 그래서 어머니가 시키는 일은 아무리 싫은 일, 어려운 일이라도 무엇이건 해야 했다. 때때로 우리는 바깥마당에 나가 뽕나무 회초리를 꺾어다 어머니께 드리고, 아랫도리를 걷어 올리고 어머니 앞에 장딴지를 내밀며 돌아서서 기다렸다. 유독 무서움증을 타던 어린 시절, 나는 그런 어머니의 맏딸로 늘 긴장하면서 살았다.

35세에 청상(靑孀)이 된 어머니는 혹시라도 아비 없이 자라서 남에게 후레자식이란 소리를 들을까 염려하셨기 때문에 우리들을 엄격하게 기르셨다. 어린 시절에 나는 어른들은 거짓말과 나쁜 일 않고 사는 줄로만 알았다.

어머니는 우리 4남매를 어른에게 공손한 아이, 남에게 양보하는 아이, 욕 안하는 착한 아이로 기르고 싶으셨을 것이다. 당신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가축을 기르며 들에 나가서 농사를 짓느라 온갖 고생을 다 겪으셨다. 어머니의 노고가 헛되지 않아서 우리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공부 잘하는 착한 아이들이라고 칭찬을 받으며 성장해서 일가를 이루고 어머니에게 때때로 보람을 안겨드렸다.

어머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몇 번씩 차를 갈아타고 고향 청주를 왕래하시더니 이제는 기력이 매우 쇠잔해 지셨다. 노인학교에서 현관 앞까지 보내주는 차를 타고 일주일에 한 번 노인학교 다녀오시는 것이 고작이다.  

오직 자식들 위해

고생하신 홀몸 어머니

새벽부터 밤이슬이 내리기까지

논들 밭들 휘저으며

희로애락에 웃고 울었던 세월

 

자식들

예쁜 잎과 꽃으로 보이라고

장딴지 얼얼하게

뽕나무 회초리로 단련하고

속울음 울던 주름살 그림자

 

서른다섯이 미수(米壽)로 바뀐 세월

서늘했던 눈매 잃은 고목(枯木)

고향 봄티뜰의 아지랑이 될 날 머지않아

허공에 서른아홉 지아비 얼굴 그리며

엷은 미소 짓는 어머니  

―졸시「어머니의 초상」전문

 

2005년 8월 3일은 어머니 82회 생신이었다. 때마침 전쟁기념관에서 광복 60주년 기념행사로 ‘아! 어머니 전’이 열리고 있었다.

조선일보가 공모해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손때 묻은 유품, 애잔한 삶의 흔적과 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형제들이 어머니 친구 분들과 숙모들, 재종형제들을 초대해 모두 33명이 참가해서 이 행사를 관람하였다.

팔순잔치 때 모시옷을 입고 어머니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벽에 걸렸고, 사진 아래로 사십여 년 전에 청주향교로부터 받은 어머니의 효부상장과 청원 군수로부터 받은 장한 어머니 상장, 그해 설날 자손마다 나누어주신 이색 상금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나의 수필 한 점도 우리 가족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사양하신 것을 억지로 설득해서 모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효성은 오랫동안 치매로 고생하시며 와병 중이시던 할아버지가 85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여간 눈물겨운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 몫까지 두 배로 정성을 다하여 할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하시며 우리를 길러주셨다. 이런 기회에 어머니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친척들과 노인학교 친구 분들과 그 자리에 서 계신 어머니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밝은 표정이었고 사촌 형제와 가까운 친척들도 새삼 감동스러워 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 보니 한 쪽 벽면에 남기고 싶은 글 난이 있어「아! 어머니」를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올망졸망 사남매

청상(靑孀)의 몸으로

금자동아 옥자동아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논밭 일구시며 애태운 평생

효행과 지조와 자식 사랑

이웃의 모범되었어라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와도 정감어린 말씀 나누고

무쪽 하나에서 송편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 추구하시는 정성

남다른 솜씨 간직하신 어머니

온갖 어려움 이겨내신 짙푸른 의지

진실하고 근면한 청렬한 삶

꺼지지 않는 배움의 열정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가슴속에 있다고

평범 속의 비범(非凡) 눈매 서늘한 기품

자손마다 상금으로 주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빈 가슴에 안겨준 푯대 그 모정

힘든 인생길 잘 달려왔다고 또 잘 달리라는

어머니 마음 그 등불

언제까지나 우리 가슴속을 밝히리라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졸시「아! 어머니」전문

 

어머니는 학교에 다녀본 일이 없어 겨우 동네 야학당에서 배운 한글을 읽을 정도였지만 사려 깊고 지혜가 출중하셔서 마을에서 존경받으며 살아오셨다. 우리 사 남매가 모두 출가한 후 농사일을 놓고 상경하여 20여 년 간을 두 군데씩 노인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시더니 역사소설이나 수필집을 즐겨 읽고 간단한 메모는 정확하게 잘하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셨다.

19세에 시집온 어머니가 85세까지 사신 할아버지께 효도하듯이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남동생 부부와 조카들의 효심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미수에 이른 어머니는 안방에서 편안하게 당당하게 집안 대소가(大小家) 구심점 역할을 하고 계신다. 아직도 작은 문간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동생 내외가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얼마나 지극한지 우리 삼 자매는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심정이다.

올케는 화단(畵壇)에서 주목받는 한국화를 전공한 중견 화가 석사출신 교사인데 지난 정초에 환갑을 맞이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자손과 형제만 모인 조촐한 자리에서 졸작 국화꽃을 그린 액자를 선물하면서 다음과 같은 축시를 읊고 고마움을 전했다. 

 

효부상 장한 어머니상 받은 홀시어머니

그 본받기 어디 쉬웠으랴

외며느리 아낙

벙어리 삼십 년 귀머거리 삼십 년

어언 갑년(甲年)이 되었구나

 

귀밑머리 허옇도록 한결같이

어른과 남편 공경하며

슬하의 삼 남매 짝 잘 맺어

세상에 내놓으니 이 시누이

보기 참 좋았더라

 

정성껏 봉제사 받드는 종부

학교에서는 교사

사회에서는 중견 한국화가로

얼마나 고달팠을까

 

언제나 편안한 얼굴로

우애로운 우리 가문

더욱 빛나도록 성심 다한

이 시대 보기 드문 효부

고맙고 또 고마워라

 

자랑스러운 올케

그대 화갑(華甲) 맞는 오늘

이 시누이

그윽한 향기 풍기는

국화꽃 한아름 선사하고 싶어라 

 

―졸시「축시(祝詩)

―김영희 여사의 화갑(華甲)에」전문

 

지금의 세태는 35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은 처녀들이 많다.

어머니는 그 나이에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얼마나 암담했을까. 허약한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우리를 잘 길러주신 나의 자랑스러운 어머니,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에게 모범을 보이며 사랑을 베풀어 존경을 받는 어머니, 지금만큼의 건강이라도 유지하고 백수를 누리셨으면….

아버지의 수명 두 배 이상 외로운 세상 살며 우리를 지켜주신 어머니

자손들의 손잡으시고 편안히 고종명(考終命) 하시기를 빈다.

아! 어머니, 그 이름 언제나 나를 긴장 시키는 거룩한 이름이다.

댓글 : 0
이전글 어머니 미수연
다음글 사진방 -형제와 자녀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14 프로필 제1회 구마르트르 시낭송회 - 제... [2] 민문자 0 14177 2013-10-07
13 프로필 구로 문학의 집 첫 강의 ㅡ 이... 민문자 0 12931 2013-07-11
12 프로필 제10회 동양서예대전 민문자 0 13237 2013-06-26
11 프로필 고희연 민문자 0 12711 2013-06-26
10 프로필 제18회경기도서예전람회 문인화 ... 민문자 0 13349 2013-06-08
9 프로필 내일을 위한 기도, 인생 3모작 민문자 0 13443 2013-04-17
8 프로필 형제 민문자 0 13710 2012-11-08
7 프로필 어머니 미수연 민문자 0 14302 2012-11-08
프로필 어머니 민문자 0 13672 2012-11-07
5 프로필 사진방 -형제와 자녀 민문자 0 13165 2012-11-07
4 프로필 가족 사진 민문자 0 14113 2012-11-07
3 프로필 내 집 민문자 0 12741 2012-10-30
2 프로필 내 인생의 빛과 그림자 / Bravo ... 민문자 0 12515 2012-10-30
1 프로필 민문자 약력 민문자 0 13558 2012-06-15
1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