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댁의 회한(悔恨)
민문자
마님,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마님의 손에 목숨을 잃은 꼬꼬댁입니다
참 그렇게 곱고 음전하시던 마님도
이제는 몰라보게 늙으셨군요
마님은 싸라기를 듬뿍듬뿍 뿌려주시며
수탉과 금실 좋게 지내라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모이를 잘 먹고 돈독한 사랑을 나누고
헛간의 저의 둥지에서 달걀을 날마다 낳아 드렸습니다
그러면 마님은 당신 시부(媤父)께 매일 계란찜을 해 올리고
또 모으고 모아서 스무 개를 둥지에 도로 넣어두셨습니다
저는 그 알들을 품고 병아리를 깨게 하려고
스무하루를 꼼짝하지 않고 있어야 했습니다
마님은 제가 겪은 산고를
자녀를 낳아보셨으니 짐작하시겠지요
귀중한 달걀과 제 새끼들이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습니까
무릇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본분은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종족보존의 기능일진데
저는 저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만 보람도 없이
약병아리로 자라기만 하면 마님은 어른께 효성을 다한다고
제 자식들을 살금살금 유인해서 소리 없이 죽이셨지요
두 날갯죽지를 움켜쥐고 한 주먹으로 톡 치면 내 새끼는
끽소리도 못하고 숨을 거두었지요, 대단한 솜씨였어요
그리고 펄펄 끓는 물에 푹 담가 털을 홀랑 벗기는 것을 보는
이 어미 마음이 어찌했겠는지 짐작해 보셨어요?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마님 곁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맏딸이 결혼하더니 맏사위가 오니까
마님은 닭장 안 횃대에서 곤히 자는
이 씨암탉의 두 날갯죽지를 낚아채셨습니다
저는 순식간에 펄펄 끓는 물에 목욕하고 발가벗겨졌지요
저를 끔찍이 사랑하던 낭군 수탉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병사를 했다지요?
인간을 위해서 미물로 태어난 것이 한스럽지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전생의 업보인 것을
우리 가금류(家禽類)는 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는 못할 짓을 너무도 많이 해서
몸 공양으로 다음 세상을 기약하라는 천명을 받았던 것입니다
전생에 왜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을까요
과거 잘못을 얼마나 통탄하면서 살았는지요
이렇게 찾아와 과거를 들추는 것은
요즈음 사람들이 세상사는 근본 도리를 잊고
오직 자신만을 아는 패륜아가 속출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궁금하면
현재 자신의 생활태도와 마음가짐을
뒤돌아보라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이 있지 않습니까
마님은 비록 저희의 목숨을 많이 앗아가셨지만
청춘에 홀로되어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신 효행과
형제 우애하고 자녀양육에 그 정성을 다하여
이웃의 존경을 받으시니
아마도 염라대왕의 참작이 있을 것이오니
저의 넋두리에 너무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마님, 마님께서도 천수를 다하실 날이 그리 멀지 않겠지요?
세상에 저의 이 한스러운 회한을 본보기로 하여
인간들이 미욱하게 죄짓지 않고 선행을 하면서
바르게 살게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곱고 아름답던 마님 모습만 기억하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