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선물과 건망증
민문자
단단한껍질 호두알 속은 인간의 두뇌와 같이 생겼기 때문인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건망증이나 치매 예방에도 좋고
우수한 뇌세포를 만들어내는 식품이라 어린이에게도 좋다고 한다
어릴 때 정월 대보름날 아침 호두 부럼을 깨던 생각이 난다
지난 설 이십여 일 전에 지인이 선물을 보낸다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마도 설 명절이 다가오니 ‘미리 보내려나 보다’하고 알려주었다
여러 가지 명절선물이 올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았지
그런데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그분의 선물은 설날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설이 지나고 며칠 후에 전전긍긍하다가
무슨 선물을 보냈느냐고 전화했더니 호두를 보냈단다
거실 한 귀퉁이에 망치로 깨 먹던 호두 봉지가 생각나서 그것인가 싶었다
그래서 내가 건망증으로 인사 못 했다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오늘 외출했다가 귀가 중에 경비원이 택배물보관소에서 택배를 찾아가란다
찾아와 보니 ‘1월 22일 석관동 우체국수납’이라 쓰여 있는 껍질 깐 호두알이었다
보낸 분한테 호두를 두 번 보냈느냐니까 한 번만 보냈단다
껍질 깨 먹던 호두는 내가 사 왔던 것, 이제야 생각이 났다 건망증이다
이 택배물은 미리 배달된다는 전화도 없었고 맡겨놓았다는 통보도 없었다
그동안 택배물은 언제나 우리 집 현관 앞에 도착 되어 한 번도 문제 된 적이 없었지
경비원에게 왜 진즉 안알려주었느냐고 하니까 택배회사 문제이지 자기네는 상관이 없다네
내일은 관리소장에게 이런 물품 관리문제를 거론해야겠다
보낸 지 40여 일 후에 찾은 택배물, 건과물이기 망정이지 생선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202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