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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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쌀 바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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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문자 |
추천: 0건
조회: 2693 등록일: 2024-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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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쌀 바가지 민문자 시집올 때 함께 따라왔던 됫박바가지와 옛날 쌀바가지는 이제 흔적도 없지 아침저녁 부엌에서 제일 먼저 꺼내는 것은 노오란 플라스틱 쌀바가지다 주둥이가 마모되고 흠집이 나 보기 흉하니 이제 버려야지 하면서도 못 버리는 쌀바가지 1970년대 말 이사한 친구 집에 선물로 가져간 대·중·소 노오란 플라스틱바가지 세트 친한 친구가 흐뭇해해서 귀가하면서 우리 집에도 똑같은 물건을 구입해 왔지 그중에 중간 크기 바가지는 이제껏 쌀을 씻어서 우리 식구를 먹여 살렸다 결혼할 때 가져가 잘 살라고 건네주던 초가지붕에서 기른 됫박바가지와 쌀바가지 창호지로 포장하여 인절미까지 담아 정성으로 건네주던 학부모 얼굴 어른거리네 미려하면서도 견고한 플라스틱바가지에게 밀린 옛 조롱박과 쌀바기지들은 구경조차 힘들지 너도 소용없으니 헌바가지야, 이제 사라져 다오 그 얼마나 벼르던 일이냐 새 바가지를 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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