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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조병무 시인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056 등록일: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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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조병무 시인 

2011.9.21. 수요일 오후 3시에 문학의 집 서울의 수요문학광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120회 초청연사로 초대된 조병무 선생님은 문학의 집 서울 행사나 한국문인협회 작품토론회에서 자주 뵐 수 있던 분이다.

문학의 집 서울 전옥주 사무처장은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의 정취가 온몸으로 쏟아지는 이때에 시인이시며 문학평론가이신 조병무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아직도 강연과 심사, 작품 활동에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조병무 시인은 <문학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요즈음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트위터에 나의 시「마음」이 뜨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핸드폰의 위력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마음」이라는 시가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보니

‘시가 많이 읽히는 세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시를 많이 읽어 준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마음」이라는 시는 간단합니다. 한 번 낭독해보겠습니다.”

 

마음


 

우리

서로 눈이 마주칠 때

사랑을 읽어야지


우리

서로 마음이 합칠 때

믿음을 읽어야지


사랑과 믿음이 이어줄 때

깊고 오랜 세월을

간직하며 살아야지.



1997 발간시집 『머문자리 그대로』

 

저는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얼마 전 KBS 방영에 오사카 장터 모습이 나왔는데 그 모습에 ‘어쩌면 나도 지금 저곳에 있으면 저렇게 살았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뒷산에서 나무하던 아버지와 일본경찰이 시비하다 뒤탈이 걱정되어 아버님은 누님과 고모님이 계신 일본으로 가시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히로시마 원폭 투하 후 해방되던 해 봄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온 가족이 대마도를 거쳐 부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마산에 정착하게 되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는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문학을 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동요 써내라.’하여 쓴 동요로 등사판 동요집 출판한 것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용마고등학교였는데 백일장에「산」이 장원으로 뽑혔습니다. 국어교사가 문덕수 선생님이셨는데 교문 앞 게시판에 6~7개월 동안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1,2 학년 후배들과 줄판 인쇄로 동인집 『여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임종국 선배로부터 이상 시집 3권을 받고 당시 상상할 수 없는 이상 김해경시인의 시세계에 심취하였습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시인들이 동인 활동을 했습니다.

고교 2학년 때인 1956년 1월 3일에 마산에 있는 남녀 고등학교 학생들과 <백치(白痴) 동인>을 결성하여 활동했는데, 참여 동인에는 이광석, 이제하, 박현령, 송상옥, 추영, 강위석, 허유, 조병무, 김병총, 기용, 김용복, 김만옥, 김재호, 황성혁, 박봉진, 임혜자가 있었습니다.

시낭송회에 마산에 계셨던 김춘수, 문덕수, 김상옥 선생님께서 참여하셨는데 강의료 한 푼 안 드리며 모셨고 동인지 한 번 안 내다가 50여 년 만에 2010년에 동인지『백치』를 냈습니다.

1957년 서울동국대 국문과에 들어가서는 허영자, 박재릉, 신경식, 이세기, 당시 베스트셀러 「슬픔은 강물처럼」작가 최희숙, 김준호, 김병현 등 서울 6개 대학 국문과 학생들과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때에 조연현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대학 1학년 때에 군대에 가서 지지부진 활동을 못했습니다.

1960년대 발족한 <신년대> 동인활동을 나는 70년대부터 참여했는데 동인들은 이규호, 조병철, 박진환, 이수화, 이우석, 이기반, 김종해, 문효치, 김준식, 신동안, 강우식, 이일기, 전재수, 조상기, 신중신, 김시태, 오재철 조병무 등과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1969년 대학졸업 후 마산제일여고에 교사발령을 받고 시인 몇 명, 유지 등 당시 마산 거주인사 10여 명이 <동인수필> 첫 권을 내고 상경하였습니다.

1979년도에는 이수화 문효치, 이규호 등과 『겨울 연주』라는 합동시집을 냈습니다.

동국대 입학 후에는 신입생 야유회 백일장이 있는데 우수 작품은『동국시집』에 수록되는 영광이 있습니다. 백일장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작품을 보신 서정주 선생님의 권유로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저는 마포 도화동에서 자취생활을 하였는데 공덕동에 사시는 미당 선생께 20편의 시를 갖다드리고 그 다음 주에 가면 ‘음, 공부 열심히 하게!’하시기만 하셔서 가망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보사에 낸 교내신문에서 저의 글 「이상비의 문학적 진단」을 읽으신 조연현 선생님의 권유로 평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단등단은 현대문학에 평론 이상의《날개》를 분석 「날개의 두 표상」1963년 초회 추천, 박경리 선생의 《불신 시대》를 분석,「자의식의 문학」1965년 2회 추천 완료로 등단했습니다. 평론「자의식의 문학」은 박경리 선생이 자기소설 평한 사람 처음이라고 하시고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일여고에 있을 때에 박경리 선생님에게 문학 강연을 부탁하고 쾌히 수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의 문학작품 생활 50여 년 실적은 한 달 전에 나온 『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까지 22권의 책이 있습니다.

시집 3권 『꿈 사설』『떠나는 시간』『머문자리 그대로』가 있고, 7권의 문학평론집 『가설의 옹호』『새로운 명제』『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시 짜기와 시 쓰기』『존재와 소유의 문학』『문학작품의 사고와 표현』『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 그리고 수필집 6권 『꽃바람 불던 날』『선생님 좋아해요』『니그로오다 황금사슴 이야기』『얘, 귀 좀 빌리자』『기호가 말을 한다』『내 마음속의 숲』이 있습니다.

『시가 있는 사찰 여행』연작시를 쓰게 된 동기는 퇴임 후를 생각해서 비디오카메라 기술을 익히고 카메라를 메고 전국 사찰을 여행하였습니다. 1994년 가을 전국 순회 촬영 여행을 하다가 낙산사와 월정사에서 촬영 나온 방송국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나의 비디오 작품을 보고 PD가 감동을 하고 1995년 봄 프로 개편 때 방영하자고 하였습니다.《날마다 좋은 날》생방송 프로에서 내가 쓴 <시가 있는 사찰 여행> 에 자막을 올리며 시를 낭송하였습니다.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15분간 생방송으로 30여 편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문학평론집은 출판사를 하는 이원로라는 분이 한꺼번에 3권을 내주셨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나의 교직 생활은 문학과 연관된 일을 많이 했습니다.

마산 제일 여고 재임 시에는 <진달래 학보> 발간, 이혜선 , 나순자 등의 문인을 배출했습니다. 서울 동덕 여고에서는 문예반지도를 하였는데 이들 중에 이진명, 김금용 등이 시인으로 활동 중이고, 동덕 여대에서는 문예창작과에서 박연준, 윤미현, 김현영 등이 문단에 진출했습니다.

나의 교직생활에서 잊지 못할 일은 『한국소설묘사사전』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한국현대시사나 문장론 수업 시작할 때 제자들에게 문제를 제시해 줍니다.

작가별 작품을 읽고 묘사관계를 조사하는 것으로 1학기 지나서 묘사자료를 발표한 것을 수합하여 이 자료로 2002년도에『한국소설묘사사전』6권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이 문화관광부 2002년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데 이 책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생각했지만 실지로는 책 몇 권 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현대시 실기론이나 현대시 감상론 수업 때 또 다른 구상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하는 여성시인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조별로 찾아가서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활동한 여성시인 40여명 인터뷰하여 시인들의 시와 관련된 연구 자료를 수합한 일입니다. 이 자료는 우리나라 여성 시인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협조해주신 시인들께 감사 할 뿐입니다.

여성시인에 대한 자료는 석, 박사 논문시에 매우 부족합니다. 정리의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됨으로 후일 책으로 간행 예정입니다,

 

시, 수필, 평론 세 가지를 한 나의 문학세계는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의 문학 세계에서 시는 내 마음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입니다. 무념의 상태, 무아의 경지에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때, 너는 뭐냐, 어디 있느냐, 선(禪)이란 무엇이냐, 신비스러운 세계, 어떻게 하면 영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 나의 시적 요인이 너무 내면의 세계에 밀착되어 있지 않는가 싶기도 하지만 모든 사물에 깊이 파고들어 형상적 이미지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불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색色) 무즉유(無卽有) 유즉무(有卽無)

‘없는 것이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씀과 같이 나의 정신세계는 무의식의 세계, 잠재의식의 세계에 있습니다.

나의 평론은 언어의 묘미와 향방을 찾아 시인, 작가가 바라보는 방향, 의도가 무엇인가와 문학적으로 남겨진 문제를 추적합니다. 문학의 역할은 역사적 관찰이어야 하며 삶의 질적 향상과 미래 문제를 암시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학인은 사회적 역사적 통념을 초월하고 미래 정신적 인식을 자각시키며 어떠한 매체보다 앞서서 문제의 핵심을 들추어내는 선도적인 정신적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요즈음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습니다. 시로 표현하는 무한의 세계에 대한 도전입니다. 변화라는 관념의 탈출입니다. 하나의 관념에 몰두하는 인간의 속성을 파괴하고 큰 이미지로의 순항을 계속해야 하겠다는 일종의 포부입니다. 오늘의 시대는 많이 변했습니다. 인간 스스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 인간들의 변화, 전달이라는 매체는 몇 가지의 방법에서 수천가지의 방법으로 나누어지고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인터넷 트위터 영상매체의 변화는 날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학은 사고의 폭은 변화를 가져왔으나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나의 시와 평론의 관심은 이러한 곳에서 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1969년 초 마산 제일여고 교사로 있을 때 이형규 이사장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교실 하나 저에게 주세요. 《한국근대문학관》을 세우겠습니다.’

쾌히 승락을 얻어 1차 사업으로 400여명 문인에게 원고지 넣어 선생님의 육필, 붓글씨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1970년도 초에 편지가 답지했는데 300명 정도 되었습니다. 1970년도에는 유품을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그해 4월1일자로 서울로 전근하게 되어 그만 결실을 못 보게 되었습니다.

1996년 <문학의 해>에 소망이던《한국근대문학관》건립을 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이 되어 <’ 96문학의 해> 서기원 조직위원장과 준비를 하였는데 무산되고 국가로부터 지원 받았던 5,000만원을 반납하고 말았습니다.《한국근대문학관》건립 문제를 문학의 집과 한국문인협회에서 여러 번 이야기하였더니 현재 문학의 집에서 준비하고 있는데《한국근대문학관》건립은 국립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한국근대문학 박물관은 국가적 차원에서 건립해야 합니다. 근대문학 100년의 나라가 국가적 문학관 한 곳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조병무 시인의 약연보

호는 평리(平里)

1937 일본 오오사카 출생,

마산 성장, 함안 고향.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단국대 대학원, 한양대 대학원 수료.

(1963-1965)<현대문학> 문학평론 조연현 추천데뷔

<백치> <공백지대> <신년대> 동인 활동

96문학의 해 조직위원회 기획분과 회장. 기획팀장.

동덕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위원장(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현)
한국문학평론가 협회 고문(현)
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현)
문학의 집. 서울 이사(현)

<문학상 수상>

제24회 현대문학상(평론)
제10회 시문학상(시)
제13회 동국문학상(평론)
제13회 윤동주문학상본상(시)
제21회 조연현 문학상(평론)  


조병무 시인의 대표시

 

입술과 꽃잎 / 조병무



 


 

입술에 꽃잎이 하나 떨어졌다


열지 못하는 입술


꽃잎은 그 위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폭발음이 터져 불꽃이

한여름 번개가 일듯


벼락같이 열고 싶은


입술

꽃잎은 그 위에 엎어진

움직여 주지 않는다


열고 싶은 입술은


하늘같이 성경같이


바다같이 불경같이

그 많은 말을 하고 

싶어도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나비가 
 

입술 곁을 빙빙 돌다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꿀벌이


입술곁을 빙빙 돌다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꽃잎은 입술에서 영영 일어설 줄 모른다 


 

 

 

무슨 색깔이 나올까 / 조병무


 

저 바람을 손아귀에 쥐고

꼬옥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


 

저 하늘을 양손에 쥐고

더욱

심하게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


 

그러나

그러나

저 사람의 말씀을

마음으로 눌러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랑을 사랑으로 짜면

정말

무슨 색깔이 나올까



조병무 시인은 우리 문학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진솔하게 자신의 문학이야기를 통하여 전해주었다. 한국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라는 오늘 날 우리《한국근대문학관》건립이 조병무 선생님의 강한 집념, 그 소망대로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민문자 실버넷문화예술관장 mjmin7@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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