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시인 |
|
|
|
어머니 목소리 |
|
작성자: 민문자 |
추천: 0건
조회: 4071 등록일: 2022-11-28 |
|
|
어머니 목소리 민문자 어머니! 유난히 어머니가 그리운 날, 대답이 없다 어머니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미 지지난해 8월 1일에 먼 나라로 가셨지 어머니 목소리 퍼뜩 떠 올려진 생각 대화는 할 수 없어도 카페를 이리저리 뒤져서 어머니 목소리를 찾아냈다 나의 시 「태극기」를 소프라노가 가곡으로 부르고 나 자신이 낭송하는 모습 자랑하려고 2016년 6월 4일 제74회] <시사랑 노래사랑> 행사에 우리 가족과 93세의 어머니 관객을 초대했었지 사회자 소개로 얼결에 시낭송을 하시던 어머니 우연히 사진과 함께 목소리를 남겨주셨네 무대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변영로 시 ‘논개’를 낭송하셨지 그 동영상과 사진들 더없이 소중하네 제게 남겨진 큰 유산 어머니 목소리 이제껏 여러 후배들과 함께 끊이지 않고 시 낭송 공부하며 즐긴 보람이 크네 ♣ 민문자 약력 • 《서울문학》詩(2004) 등단 • 부부시집 :『반려자』『꽃바람』 • 시집 :『시인공화국』『독신주의』『공작새 병풍』『꽃시』 『금혼식』 『화답시』 •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2020) • 동양서예협회 초대작가 • 이메일 : mjmin7@naver.com • 전화 : 010-5256-4648 • 주소 : 08250 서울 구로구 고척로21나길 85-6 102동 706호(개봉동 건영아파트)
~~~~~~~~~~~~~~~~~~~~~~~~~~~~~~~~~~~~~~~~~~~~~~~~~~~~~~~
어머니 목소리 민문자
어머니! 유난히 어머니가 그리운 날입니다. 어머니에게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가끔 궁금한 것이 문뜩 떠오를 때마다 어머니는 아실 것 같은데 답답하기만 하네요. 이미 지지난해 8월 1일 먼 나라로 가셨기에 불러보아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습니다. 어머니 생존 시에는 전화를 걸어서 바로바로 해결했었지요. 서울 인천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자주 소통하면서 살았는데 왜 더 많이 대화하며 살지 못했을까요? 후회막급이네요.
어머니와 나는 스무 살 차이, 이젠 황혼 녘 중간쯤에 서 있게 되니 깔끔하게 정리하신 후 떠나신 어머니의 지혜가 새삼 돋보이며 그리운 것입니다. 신변을 정리해 놓자면 내가 최소한 나의 출생의 근거를 알았어야 했습니다. 외조부 외조모의 존함이라도 여쭈어 알아 놓았을 것을, 예전에는 왜 이런 생각이 안 났을까?
퍼뜩 떠 올려진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 대화는 할 수 없어도 카페를 이리저리 뒤져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어머니 목소리를 찾았어요. 나의 시 「태극기」를 소프라노가 가곡으로 부르고 나 자신이 낭송하는 모습 자랑하고 싶어서 2016년 여름에 어머니를 포함해서 가족을 초대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시사랑 노래사랑’ 행사에서 사회자의 관객 소개로 얼결에 시 낭송하시던 어머니, 6년 전 어머니 모습과 목소리를 불러왔네요.
어머니는 우연히 사진과 함께 목소리를 생생하게 남겨주셨어요. 6년 전 어머니는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으로 무대에 오르셔서 시 낭송을 하셨지요. 이 동영상과 사진들이 더없이 소중하네요. 이제껏 후배들과 함께 끊이지 않고 시 낭송 공부하며 즐긴 보람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살아 내 곁에 계신 듯 단아하게 한복 입으신 모습으로 변영로의 시 ‘논개’를 숨 차오름도 참으시며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낭송하셨어요. 청중들이 감탄했지요. 곁에서 마이크를 대드리던 제 손이 긴장한 모습이 보이네요. 아! 이 동영상이 저의 보물이 되겠습니다.
저년 시집가서 누구 속을 썩여 줄지 모르겠다! 그저 남의 눈에 꽃으로 보여라, 잎으로 보여라! 사람은 인사 씨가 밝아야 한다, 어른을 보면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되느니라! 말을 해야지, 암만 뱃속에서 육지배판을 해도 말을 안 하면 아는가! 나는 아들딸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한다! 이 죽 한 그릇 당숙모님께 갖다 드려라! 어찌 글을 그렇게 잘 쓰지? 아이고! 저놈은 머리에 앉은 먼지도 아까운 놈인데…. 너희들 나 죽은 뒤에 눈물 한 방울도 빼지 마라, 나는 누릴 것 여한 없이 다 누리고 간다.
논개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늘 남의 눈에 좋은 모습으로 보이도록 가르침 주시던 엄한 어머니 목소리가 이렇게 그리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어머니 생신날인데, 지금까지 살아 계셨다면 백수 잔치해드릴 준비로 형제들끼리 이리저리 궁리할 이즈음이기에 더욱 어머니가 그리운가 봅니다. 생신날에 고향 선영을 찾아가 증조부, 조부와 함께 계신 부모님께 술 한잔이나 올려드려야겠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