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가자미회
민문자
어제 아침 멀리 동해에서 잡힌 줄가자미가
홀딱 벗겨져 하얀 회 한 접시로 변신해서
고속버스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노총각에게 안겼다
한 달 전에 포항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아왔다는
그 횟감을 집에 가져다 놓고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제 아비를 모셔 왔다
미식가가 되었는지 이 양념에 저 양념에
이런 방법으로 저런 방법으로 먹어 보라는
설명을 하는 아들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에
저렇게 자상한 면이 있는데 장가를 가면
화목한 가정을 얼마나 잘 꾸릴까 싶은데
아직도 때가 안 되었는가 눈치만 살폈지
13년째 신장투석 중인 아비의 은근한 압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남지 않은 달력만 쳐다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