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생일
민문자
우리 삶의 목표는 행복이지
행복하기 위해서 집을 장만하지
오늘은 집 생일, 2002년 이사한 날
젊은 날에는 방 한 칸 셋집에서 시작하여
작은 집을 사고 또 더 큰 집 좋은 집을 찾아
수도 없이 이사하다가 더도 덜도 아니게
분수에 맞게 정착한 그 날을 생일로 정했다
떡 해 먹는 날로 심신을 가다듬고 기린다
언제나 열한 시 넘은 오시(午時)에
양쪽 귀에 통 북어 끼운 붉은 팥고물 떡시루 앞에
수박 참외 토마토 쌀 물 막걸리 돼지고기 편육
그리고 촛불과 향불을 밝히고
터줏대감에게 올해도 경건하게 감사를 드렸다
떡과 다섯 겹 돈육을 썰고 잘 익은 배추김치에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오붓한 시간
우리 부부 행복하게 담소를 나누었네
앞집 윗집 그리고 평소에 존경하는 전직 교장댁
밤낮으로 아파트 관리를 담당하신 경비원에게
딸같이 살가운 상가주인집에 따뜻할 때 떡 한 접시씩
어릴 적 늦가을 가을 떡 해 먹고 이웃에게 돌리듯 돌렸네
그러고 나니 가깝게 사는 후배들 생각이 났지
얼른 전화해서 중간지점인 개봉역에서 전해주었네
떡 상자 하나, 바쁜 후배 기다리다 지쳐 냉장고에서 잠을 자네
내일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몰라!
(2021. 07.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