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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집 생일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4258 등록일: 2021-07-10
  집 생일

                        민문자

 

 

우리 삶의 목표는 행복이지

행복하기 위해서 집을 장만하지

오늘은 집 생일, 2002년 이사한 날

젊은 날에는 방 한 칸 셋집에서 시작하여

작은 집을 사고 또 더 큰 집 좋은 집을 찾아

수도 없이 이사하다가 더도 덜도 아니게

분수에 맞게 정착한 그 날을 생일로 정했다

떡 해 먹는 날로 심신을 가다듬고 기린다

 

언제나 열한 시 넘은 오시(午時)

양쪽 귀에 통 북어 끼운 붉은 팥고물 떡시루 앞에

수박 참외 토마토 쌀 물 막걸리 돼지고기 편육

그리고 촛불과 향불을 밝히고

터줏대감에게 올해도 경건하게 감사를 드렸다

떡과 다섯 겹 돈육을 썰고 잘 익은 배추김치에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오붓한 시간

우리 부부 행복하게 담소를 나누었네

 

앞집 윗집 그리고 평소에 존경하는 전직 교장댁

밤낮으로 아파트 관리를 담당하신 경비원에게

딸같이 살가운 상가주인집에 따뜻할 때 떡 한 접시씩

어릴 적 늦가을 가을 떡 해 먹고 이웃에게 돌리듯 돌렸네

그러고 나니 가깝게 사는 후배들 생각이 났지

얼른 전화해서 중간지점인 개봉역에서 전해주었네

떡 상자 하나, 바쁜 후배 기다리다 지쳐 냉장고에서 잠을 자네

내일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몰라!

                      (2021.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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