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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물기름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3978 등록일: 2021-04-28

 물기름

 

                                 민문자

 

 

아! 왠지 일요일은 늑장을 부리고 싶다

동창과 서창을 열고 보니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하얀 후박꽃이 연둣빛 녹음 속에서 생끗생끗

벌써 사월의 마지막 주간이네!

 

늦은 아침상을 차려놓으며

손 씻고 오라고 성화를 부리기 전에

깨끗이 목욕하고 나온 남편을 보자

오늘은 미남이네요, 머리도 이쁘고요

물기름을 발랐지!

 

대상포진으로 오랜 투병 생활 중

진이 빠진 아내의 수발에 고분고분해진 남편

어서어서 혼자서도 잘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모처럼 화색이 도는 얼굴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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