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민문자
올해는 경자년(更子年) 쥐해라네
수십 년 동안 쥐를 잊고 살았네
몸서리치도록 무섭고 징그러웠는데
어린 시절은 그놈들과 함께 살았지
그 징그럽던 쥐새끼들
낮에는 광에 숨어들어 알곡 훔쳐 먹고
밤에는 천정 종이반자 속에서
잠도 못 자게 이리저리 우당탕우당탕
번식력이 강해서 온통 쥐 세상이라
논둑이나 밭둑에도 쥐구멍을 파보면
벼나 콩, 수수가 소복하게 숨겨 있었지
농부들 피땀 흘린 곡식 반은 쥐 양식이었어
쥐 박멸 문제가 큰 이슈였지
학교에서 쥐꼬리 10개씩 가져오라 했는데
쥐만큼 꾀 많은 친구는
오징어다리 그을려 가져오기도 했지
쥐덫에 걸린 쥐, 쥐약 먹고 죽은 쥐
금방 태어난 빨간 쥐새끼들 무리
아 징그럽던 그 쥐들!
지금도 시골에는 쥐가 많을까?
올해는 지혜로운 쥐처럼 생긴
예쁜 처녀가 우리 집에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