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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룻 이정님 시인의 작품읽기

이룻 이정님 시인
너무 바빠서 늙을 새도 없네!
작성자: 이정님 조회: 1411 등록일: 2015-05-02

오늘도 가르치는 즐거움에 늙을 새도 없다고 푸념하는 종이접기 배옥식(78·여) 강사를 수소문하여 평택에 있는 남부복지회관을 찾아갔다.

아이고 힘들어!”

종이접기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예비 자원봉사자들의 투정 아닌 투정으로 교실이 한바탕 떠들썩했다.

아뇨.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선 끝을 맞추는 거예요라고 웃으며 시범을 보이자 배 씨 손끝에서 종이로 된 꽃이 피어났다.

자연에서 피어난 꽃이든 손끝에서 인공적으로 피어난 꽃이든 꽃의 아름 다음은 마찬가지로 보였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에 푸근한 미소가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친근한 표정이다. '종이접기 할머니'란 말은 이미 친숙한 별칭이다.

- 올해 연세는요? 언제 자격증을 따셨나요?
“이제 일흔여덟 살입니다. 일흔에 강사 자격증을 따고 정식으로 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참으로 놀라웠다. 고희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 터. 더구나 섬세함을 요구하는 종이접기니 말이다. 배 씨는 묻지도 않은 문화센터와의 인연을 신이 나게 말했다.

“통북동 시장에서 50여 년 한복집을 했어요. 예순아홉까지 한복 바느질을 했지요. 그러다가 일을 그만두고 문득 살아온 날을 돌아보니 칠십 가까이 살면서 내가 오로지 내 일에만 매달려 참 바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인생 칠십 년 만에 찾아온 휴가를 즐기기로 했고 그렇게 찾은 곳이 이곳 문화센터이지요.”

그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좀 더 세상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렜다고 했다. 다양한 과목이 많았지만, 배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종이접기’이었다. 비단을 마르던 손이 종이접기에 관심 있는 것은, 관련 있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 그래서 재미가 더 있었겠네요?
손 놀리는 것에 워낙 익숙해서 그랬던지 재밌고 또 금세 잘 따라 하더라고요. 아마 한복 일 할 때부터 늘 해오던 일이라 그랬던 모양이에요.

손재주에 종이 날개를 달아주자 재주는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매끈하게 잘 마무리하는 솜씨에 주변에서 물어보는 사람이 점점 늘었다. 아는 만큼 옆에 있는 분들을 가르쳐 주다 보니 자연스레 선생이 되었다.

 

- 그렇게 해서 강사까지 되셨군요?
그저 사람들을 위해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봉사하는 거지요. 지금까지 지원봉사 해왔던 것처럼 무조건 가르치면 되는 건 줄 알았지만, 정식으로 가르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기에 이 나이에 자격증 취득을 향해 도전하게 되었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초급부터 사범을 거쳐 지도사범까지 모두 따냈다는 배 씨의 열성이 놀라웠다. 자격증에 도전하는 동안 이만 하면 됐지 싶을 때마다 그렇게 좋은 재주를 왜 썩히느냐는 주변의 성화에 완주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현재 배 씨가 가르친 수강생만 해도 300여 명에 달하고, 종이접기 공식만 100개를 넘어섰다고 했다.

50여 년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손가락이 이제야 잠시 쉬는 가했더니 더 바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시청 남부문예회관 등 곳곳을 돌면서 많게는 하루 8시간 동안 강의를 하고 있다니 힘에 부치지 않을까 오히려 보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 건강에는 무리가 없으신가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젠가 건강이 많이 악화해 몸무게가 40㎏ 겨우 나갔을까요? 금방 쓰러질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이 만류할 적에도 택시를 탈 힘만 있으면 간다는 마음으로 기어이 강단에 서 있는 걸요. 그런데 돌아보면 결국 나를 살린 것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
그래요. 너무 바빠서 늙을 새도 없어요. 일흔에 잔치 대신 남부문예회관에서 종이접기 전시회를 열었거든요. 80에도 다시 한 번 근사하게 열 테니 구경 오세요.”

밝고 건강하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서 인생의 참모습이 느껴지며 같은 또래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종이접기 배 씨가 정말 존경스러워 보였다.


실버넷뉴스 이정님 기자 leeruth1@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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