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지경매
이룻:이정님
경매로 사둔 묘지에 내 마지막 자리가 날 기다리기에
난 조만간 그곳으로 갈것이다.
묘지까지 경매라니? 조금을 섭섭하지만
어쩌랴?
죽어서도 함께 하자는 내 평생 그림자의 소원이니 화장은 안되고
난 그곳으로 갈 차표 한 장 쥐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곳엔 달빛에 비치는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하얀 메밀꽃도 없고
날 향하여 눈짓하며 피고 지는 내 좋아하는 하얀 목련도 없다.
그래도 어쩌랴
그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고
난 그저 떠나련다
내 자녀들이 기본적인 생활만 할 수 있다면
에미가 하지 못했던 남은 일들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몸뚱이가 아직은 건강하니 모두 병원에 기증 해주렴
잘 사용하다 가니 다른 분에게도 필요하다면 더 쓰도록 하고 싶다
이 말에 이의를 달지 않고 그렇게 해줄줄 믿는다
내일 이라는 날에 미루지 말고
선한 일이 하고 싶으면 즉시 하거라.
에미도 그렇게 하며 살았다.
하나의 적도 만들지 말아다오
다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용서하며 살아라.
아!
아침 해를 맞이하며 살 수 있었음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함께 해를 맞으며 발자국을 남겼던 벗들이 하나 둘 어디론가 향하여
가더니 소식이 없구나
그렇다고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순리로 받아 드리고 있기에
나도 마지막 종착지를 향한 차표 한 장 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잘 있거라.
너희들이 늘 함께 있어주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