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근배의 달
이룻:이정님
날것들 날개 짓 다 접은 늦가을
차령산맥 후미진 *너근배* 거기
산비탈에 겨우 의지하고 서있는
빈집 하도 쓸쓸해 뵌다고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날아와
바지랑대 끝에 앉더니
너무 투명해서
더듬이에도 잘 안 걸리는 꿈이나
눈치껏 꾸다가
허공을 표류하는 낮달 따다
꾹꾹 눌러두고
훌쩍 날아가 버린 바지랑대 꼭대기에서
어느새 졸음에 겨워진 낮달이
고추잠자리가 꾸다가 간
나머지 빨간 꿈을
꾸벅 꾸벅 대신 꾸어주고 있다.
꾸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