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期
이룻:이정님
雨期의 새벽은 여인처럼 젖으며
슬픔으로 빛나고
때로는 욕망처럼 번들거린다.
어느 무고한 죄수가
벗어던진 수의(囚衣)가
우울에 걸려 나풀거릴 때
너무 가까이 내려앉는 하늘과
땅 사이에
꽃들은 가까스로 봉오리들을 만들어
각기 지닌 子宮 속을
향기로 가득가득 채운다.
누군가
神의 손에서 낫을 빼앗아 든다.
神의 낫은 망설임을 모른다.
서걱서걱 베어지는 시간의 장막 뒤에서
꽃들은 숙명같은 미명을 찢고
미명은 그렇게 짖기면서도
보송한 웃음을 배운다.
惡을 모르는 사람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