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를 그리다
이룻:이정님
탐탁한 그림솜씨로 하얀 도화지에
얼굴없는 여체를 크로키해 놓고
그리지 못한 얼굴부위에
봄이면 움돋는 새싹을 그려녛고
여름이면 잘 익은 해바라기 描 妙
가을에는 실팍한 은행잎 하나 올려놓았다가
겨울에는 소복한 눈덩어리-
세모속에 네모
네모속에 동그라미
동그라미 속에 지켜지지 못할 약속-
동그라미 구르고 흘러서
연착륙하듯 마지막 어느 지점에 닿으면
낡은 솜씨로 /제목/이라 쓰고
그 바로 밑에
'예쁜 자야' 라고 써넣어야지.
암, 꼭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