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옥잠에 대한 기억
이룻:이정님
세상이 나를 내쫓을 양이면
나는 그곳으로 가리라
물 냄새도 비릿하지 않고
잠자리도 졸지 않고
이평栗도 뿌듯하게 익는 곳
아마 오십리 안에 인적이라곤 없을-
늦은 봄 아침 안개는
망초 하얀 봉오리 위에 살폿하고
엊저녁 꾸다가 남겨놓은 꿈이
너처럼 깡충거리다가
와락 안겨버리는 그곳
나는 슴새 한 마리 데리고
숨바꼭질 하듯
이 첩첩한 산속으로 들어와
이마를 찧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옥잠, 물옥잠
그 모나지 않은 밑둥구리 동그만
그리움처럼 동그맣고 녹야처럼 푸아란
내 젊었던 날에 물옥잠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