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레기 기다리기
이룻:이정님
새벽이 네시를 지나 다섯 시로 가고 있다.
찌르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산 속 어디에선가
졸려운 눈을 가스름히 부비며
고개를 어깨에 얹은 채
희미해져가는 엊저녁 꿈을 쪼아
부화 시키고 있을 것이다.
찌르레기는 부리가 참 깨끗하다
마음껏 뻗은 수평이다가
마지막 끄트머리를 아래로 휘어
휘리릭 웃는 모양세가
콰지모도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찌르레기는-
제가 부화시킨
오늘 하루를 쪼아물고 날아와
방문 앞 전깃줄에 앉을 것이다.
앉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쉽게 앉을 것이다.
뜯어보지 못한 당신의 봉합편지 한통
그 궁금한 사연을
알아듣지 못할 교어(巧語)로 지즐대며
/주절대다/를 /지즐대며/로 잘못 쓴
내 오타를 명쾌하게 웃다가
돗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행복했던 한 때의 기억을 데리고
희미하게 떠날 것이다.
노틀담의 꼽추 쇠북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