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사람아
이룻:이정님
그대 떠나고
자르지 못한 그리움의 뿌리
그대로 가슴에 접어 두었네.
그리움은 늘 빙점에 머물고
情恨의 뿌리가
밤마다 가슴을 치며 울어 대었네.
세월에 어느 시간에도 실려 가지 못하고
멈추어 버린 그 뿌리가
무심할라 일렀으련만
때때로 마음은 일어
시린 눈썹 젖도록 울어 버렸네.
투명하게 침잠해야할 내 사랑
사무치게 흘러도
함께는 닿지 못할 화석 같은 삶의 기슭에
찬비 내려 뼈아픈데
나와는 무연(無緣)한
장지문 밖 밤 비 소리
궁핍한 문틈에서 어우성치는
바람의 간언(諫言) 거느리면
나 어느 날 그대 앞에 다다를 수 있으랴.
소매 끝동 닳도록 닦아온 별빛
이 밤 빗소리에 씻겨내려
웅얼이는 가슴 하얀 물살로 그득해지면
자꾸만 넘치려는 그리움의 강둑에
손 부르트도록 정(釘)하나 박을 수 있을까?
무심한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