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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완 껌프사원 앞에서 장판을 벌린 베트남 할머니. |
10월 18일 인천공항을 떠나 4박 6일의 일정으로 서울평생교우회에서 연수차 베트남에 다녀왔다. 4시간 40분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역시 들은 대로 습하고 더운 열기가 훅하니 전신으로 달려들었다.
가이드와 미팅 후 시내로 이동하여 맨 먼저 서양 중세 건축 양식의 다낭에 있는 까오다이교 사원을 찾았다.
까오다이교 사원이란 모든 신을 모시는 종교라는 뜻이라고 한다. 잠깐 맛보기 관광 후 오랜 시간을 기내에서 고생했기에 맨 먼저 현지 스톤 마사지 체험을 한 후 송강이 바라보이는 음식점에서 석식으로 현지 샤부샤부를 먹었다. 메뉴판을 보니 우리가 앉은 테이블 4인분이 27만4,000원이다.
깜짝 놀라서 안내자에게 물으니 베트남에선‘원’이 아니고 ‘동’이라 하는데 계산법은 27만4,000동에서 먼저 0을 하나 떼고 2만7,400동 이것을 2등분 하면 전부 해서 우리 돈으로 1만3.700원이 된다는 것이다. 4인분이 1만3,700원이면 물가가 싼 편이었다.
이것을 먼저 숙지해야 이곳에서 며칠을 보낼 것이라 머리에 새겼지만 매번 많은 액수에 깜짝깜짝 놀랐다. 지폐의 앞면이 모두 호찌민임을 보고 이들이 얼마나 호찌민을 존경하고 사랑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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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베트남 최후의 왕조의 수도 후예로 이동 중 베트남의 기후대가 바뀐다는 하이반 고개에서 경관을 보며 잠깐 쉬면서 냉커피를 한 잔씩 했던 곳이다. |
다음 여정은 힌두교 문화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참파왕국 유적지를 보려고 호이안으로 이동했다. 거리를 지나는 오토바이 군상들은 왜소하고 가난에 쩔어 보였다. 원숭이 바나나 몇 송이 놓고 거리에서 팔고 있는 맨발의 소녀는 보는이로 하여금 속이 짠하게 한다.
베트남은 53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있다. 중국과 인접한 하장에 20개 민족이 있고, 하장에 롤로족이 3,900명 정도 사는데 외부와 접촉이 멀어 오염되지 않는 곳이라고 차가 들어갈 때는 세차를 해야만 한단다.
그렇다면 그곳의 자연은 얼마나 깨끗할까. 사람은 또 얼마나 순수할까. 들은 바로는 베트남 사람들이 순수한 편이고 가난하게 살아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많이 가지고도 상대적 빈곤으로 가난하게 사는 한국이 더 문제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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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다낭의 상징 마불마운틴 안에 있는 죄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다. 죄의 무게를 달아 천국과 지옥으로 보낸다고 한다. 천국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내려온다. |
물건이 꽉꽉 들어차 있는데 물건 값이 의외로 쌌다. 한국말들을 조금은 배워서 할 줄 안다. 값을 한국말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안 그러면 동을 원으로 계산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참이다. 거리 주변엔 온갖 과일이 쌓였는데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길가 건물에는 베트남 기와 공산당 붉은 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게 이색적이었다. 베트남의 기후가 바뀐다는 하이반 고개에서 안내자가 냉커피 한 잔씩을 사줬다.
룸메이트가 먹지 않아 내가 두 잔을 다 먹었다. 저녁에 잠이 오든 말든 우선 입이 원하니 마셔야 한다. 베트남 냉커피 맛은 정말 일미였다.
당코라는 해물 탕으로 중식을 한 후 또 냉커피를 마시고 싶어 음식점 밖을 서성이는데 처녀로 보이는 베트남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커피를 팔고 있다. 커피 한 잔이 얼마인지 몰라 마침 첫날 망고를 사고 남은 베트남 돈이 있기에 내미니 알아서 빼 가는데 돈을 빼서는 눈앞에 대고 확인시킨다.
6,000동인데 한참 계산하니 우리 돈으로 300원이다. 더운 곳이라 무조건 냉커피다. 이렇게 쌀 수 있을까. 하이반 고개에서 가이드가 서비스로 한 잔씩 나누어준 커피 때문에 부담이 되었는데 커피 값을 알고 보니 그렇게 미안해할 일도 아니었다. 커피 때문에 베트남에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세계 두 번째로 커피 생산국이고 커피 대학도 있다고 한다.
잘 하지도 못하는 서툰 영어로 베트남 처녀와 커피에 대해서 더 알아보았다. 카페에 가도 1,000원 미만에 기가 막힌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먼저 커피에 대해서 알고 주문해야 한다. 설탕에 커피를 더하면 카페다이고, 카페라고 하면 주인 맘대로 준다.
위트가 넘치고 해박한 베트남 역사를 꿰뚫어 맛깔스럽게 강의하는 안내자가 존경스러웠다. 이렇게 문화의 차이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여행의 묘미일지 모른다. 신축건물이 줄줄이 들어서는 베트남이지만 공산화로 인하여 수십 년 뒤로 미뤄진 경제를 생각하며 한국의 통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실버넷뉴스 이정님 기자 leeruth1@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