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이기호
햇곡식과 햇과일을
거두어들이는
풍성하고 풍요로운
한가위의 귀성길
하나둘 비어 있는 집들
버스마저 고향을 그리워한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조차
응급실마저 없어 읍내에 가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설립되어 운영하던 학교마저
하나 들 폐교되고 있는 고향이
우리 엄니의 얼굴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몸은 즐거운데
마음은 편안치가 않구나
찾아온 손님이
그냥 돌아간다면
얼마나 서운하랴
힘든 몸으로 장터에 간다
톱을 갈고
장화도 때우며
이것저것
팔구 사구 돌아오는 사람들
고향이 없어진다
한 번 떠나온 고향은
다시 돌아갈 길 멀구나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잊지 못해 슬퍼 할
고향을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