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방
서당/이기호
나는 옷 속에 지전 몇 닢 넣고는
숲 속의 방 떠나
오늘도 다 가지 못한
고속도로 가고 있다
달려가는 이들도
부지런히 거는 다도
꿈속에서 보았던 풍경이다
어서 가야지
버스 기다림에 잠시 갇히고
내 전화기의 시계는
이십시 십분에 머물고 있다
마음은 안성 고향 산
어린 시절 병전 놀이터
솔개 바람 소리를 들으며
허전하기만 한 빈손을 본다
수성펜 뚜껑 닫다
찔린 엄지손가락에는
대일 밴드가 마냥 서글프다
지천명의 소리도 멀어지는
그 길에 서서 고독한 나를 위로해 줄
가난한 단어마저 찾지 못하고
빈 웃음만 웃고는
숲 속의 방을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