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
서당 이기호
여우비는 조록조록
명부전 앞뜰에는
때 늦은 여름날
목련의 꽃은 피고 있다
여름이 좋아서
꽃 피고 지는데
사람들은 쳐다보고 있다
사바세계 그리움이더냐
화엄황혼 그리움이더냐
말 못할 사연 담고 있더냐
바람의 풍경소리
매미의 울음소리
새들의 울음소리
자릉자릉
정막을 깨뜨리고 있다
새들처럼 소리쳐
보고 싶어도
소리 낼 수 없구나
아직 내게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옹벽이
내 앞을
가로 막고 있나 보다
산사의 경내는
허심 없이
하루가 가고 있었다.
* 2008. 7. 1 청룡사 명부전 앞 백목련 꽃 피고 있었다.
* 사바세계 : 고오움이 많은 인간 세계를 뜻하는 불교 요어.
* 화엄황혼 :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화엄에 비유한 말.
* 자릉자릉 : 종 따위가 가볍게 우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