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야 잘 가거라
서당 이기호
겹 어둠의 경계 근무 경기관총(LMG)장착하고
한 초소 구축하여 육명은 함께 한다
네 살짜리 아장걸음 걷고
말 배워 재롱부리는 아들이 보고 싶다
철책선 현장으로 내 체중의 무게만한
시멘트 메고 크고 작은 언덕과 산을 넘나든다
아들이 보고 싶다던
그 전우의 싸늘한 육신의 열명길
허우룩하건만 애끈친 마음
금할 길이 없구나 전우야 잘 가거라.
* 접어둠 : 깊고 두터운 어둠. * 열명길 : 죽는 길, 저승길.
* 허우룩하건만 : 아주 가까운 사람과 영영 이별하여 마음이 섭섭하고 허전하건만.
* 애끈친 : 애가 끊어질 듯 슬픈. * 이 시는 철책선 작업 현장에서 사고 발생으로
사망한 전우를 보고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