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애 정신의 빼어나 서정적 이미지 작업
이기호 제4시집《안성남사당 바우덕이》의 작품세계
일본센슈대 국문과(시문학) 문학박사 홍윤기 교수
안성 출신 이기호 시인의 빼어난 서정적 이미지 작업으로 엮어 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전국의 수많은 그의 독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작품 해설을 쓰기로 했다.
바우덕이 축제의 본고장인 안성은 공설운동장과 안성시내 곳곳에서 해마다 간단없이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가 벌어지고 있어 각종 남사당놀이를 관람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귀중한 전통 문화 예술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러기에 이기호 시인의 이번 시작 업은 값진 평가를 받을 것으로 안다.
필자도 지지난 해(열릴 문화 마당)축제기간에 안성에서만 볼 수 있는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을 마음껏 즐겼다. 남녀 줄꾼 4평이 하루 4회 이상 줄타기를 계속하고 풍물놀이, 덜미(인형극), 덧뵈기(탈놀이)도 수시로 이어지는 등 참으로 알찬 구경이었다.
바우덕이 축제 하면 15세에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되어 23세에 요절한 여성 바우덕이(본명 김암덕)를 기리는 전통 문화 예술 행사로서 전국에서 크게 주목 받아온다.
조선시대 유일무이한 여성 꼭두쇠였던 안성남사당패 바우덕이의 예술혼을 기리고 남사당문화를 복원 전승하는 경기(안성 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활약은 각광 받아오는 중에 이제 이기호 시인의 시집(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은 머슴이었던 아버지가 병으로 앓아 눕게 되자 아버지의 뜻을 이어 남사당패를 따라가게 되어 매우 뜻 깊은 시작 업이다.
안성에는 청룡사라는 절이 있는데 이곳에 시주를 많이 했다는 바우덕이는 불운하게도 스물한 살 때 병을 얻어 스물세 살이 되던 해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 옛날 몸 담았던 안성 남사당패는 1989년 제30회 전국민족예술 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았고 전국을 돌면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으며, 2004년 초 안성남사당 줄타기는 유럽 국가들과의 겨루기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여 기네스북에 기록되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소고만 들어도 돈나온다.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치마만 들어도 돈나온다.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바람결에 잘도 떠나간다.
이곳 청룡리 불당 골에서 자라 기예를 닦고 닦았으니 모름지기 신기의 경지에 이르러 온 나라 안의 어디이고 다니면서 펼친 벅구, 사당춤, 줄타기 등은 그 재주가 너무나 뛰어나 모르는 이가 없이 유명하였노라. 그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위하여 여기에 이 비를 새우노라.
이와 같이 각인된 ‘바우덕이 묘비명’은 자못 감동적이다.
고향과 모종의 간절함을 알차게 묘사한 시편들을 함께 모아 제2부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의 향토사적 발자취를 다음처럼 절실하게 이미지화시키고 있어 남달리 주목을 끌고 있다.
안성의 강변
조선 말기 삼남지역
보부상 찾는 안성장
복원한 남사당 바우덕이
구경꾼을 모으는
태평소의 소리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추고 있다.
-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제1연
이렇듯 서장을 전개시키는 이기호 시인의 바우덕이에 대한 진실어린 훈모의 정은 안성 장터의 사람들과 장꾼들의 근면 성실하고 정다운 모습과 더불어 참답게 살다간 바우덕이의 이미지를 순결무구하게 메타포(은유)하고 있다.
이기호 시인은 모두 10연으로 세련되게 엮은 이 시편말미에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놀음의 콘텐츠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독자에 대한 이해의 배려에도 힘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남사당놀음의 용어등 이모저모 악기 명에 이르기까지 용어풀이를 잘 하여 시를 이해시키는데 힘쓴 점 등도 호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