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가출
서당 이기호
네가 나감으로
허무한 마음이 들던
그날 아름풋이 생각난다
너의 부모님 가슴 아파
서러움에 울었고 스승으로
너를 좀 더 관심 갖고
보살펴 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단다
너의 아버지는
힘든 직장 생활에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아 왔단다
애처로운 일이다
급우들과 함께 어울려
학교생활을 해야 할 시기
학교가 싫다
내 가정 살림살이
어렵고 힘들어도
아들딸 돌봐줄 거다
내 마음뿐이었구나
한숨 쉬며 먼 산 쳐다보고
나서야 말하였단다
아드막한 날 아들 부모 되어
내 마음 아름풋이 알 것이다
너의 부모님 인내심 갖고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졸업장을 내 손으로 네게 건너줄 때
건강하고 잘 살아라
부모님께 효도하라
그때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단다.
* 아름풋이 : ‘어렴풋이’의 시적 표현. * 아드막한 날 : 아득히 먼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