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서당 이기호
아버지는 겨우내
가마니를 짜시던 분
장날이면 가마니 내다팔고
서운한 마음 드셨는지
검정 고무신 검정운동화
사가지고 오신다
그냥 오시면
내 심통이 짜증을 부리고
어머니는 서운한지
동생 것도 사주어야지…….
시간만 있으면 아버지는
새끼 꼬고 볏짚 추려
가마니틀에 다가 앉아
볏짚 바느질에 바디질하신다
가마니 짜기 대회
면 대표 선수로 출전하여
군 대회에서 1등으로 입상하신 분
나는 표창장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많은 훈련하시어 상 받았을까
할머니 말씀
너도 저렇게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느니라
할머니는 내 볼에 뽀뽀하시고
엉덩이 다독거린다
이 귀여운 내 손자
삼신할머니 고맙게도 점지하여 주셨어
할머니 말 잘 들어라
호야 아버지는 6․25참전으로 집에 안 계시니
동생들 잘 데리고 잘 놀아야지…….
어머니는 논밭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하신다
아버지는 병참단의 재봉사
재봉틀 소리만 들어도 고장을 아신다
의가사 제대하셔서
늘 시간만 있으시면
심화(心火)의 고개 이리 저리 흔드시며
골똘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어느 때는 혼자서 하하하하 하하하하
심금의 소리 웃음 짓는 소리다
무엇인가 연구를 하시었다
백지와 필기구는
아버지 옆에 놓여 있고
고구마로 관을 만들기
성냥개비로 나무 몇 개가 있어야 집짓는지
초미니의 모형 한옥집
초미니의 모형 제각 만들고 감상하시고
밤 지새워 연구하시는 아버지
그 모습 참으로 아름다웠다
전주 시내 한옥마음
그렇게 많은 집들이 아버지 작품인 것을…….
남의 집에 일찍이 가시면
집주인 내다보지 않고
개만이 짖는다고 서운한 마음 실토하시던 분
설계 도면대로 일하시어도
집주인은 이것저것 추가로 해 달라
아버지는 인건비 더 달라
이런 저런 참 힘들고 시들 푼 이며
무엇을 하든지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
아들아 세상살이 어렵다
아버지 자신은 희생으로 버리신
지고지순의 아름다운 사랑의 말씀
그 말씀 평생 기억하고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