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서당/이기호
바람에 불리어 몰아쳐
휘날리는 눈을 보거나
강물 위나 강기슭에서
불어오는 바람 만나며
시 수필을 느낀다
땅 하늘
아침 저녁 노울
일연감색의 빛
칠흑 같은 어둠
애잔스런
사랑의 빛 보고
시 수필을 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아성찰을
내면의 깊은 곳
반추하면서
반성의 계기 마련하는
그 순간을
형상화하려 시도한다
나는 딸도
아들도 낳고 튼튼하게 키운다
고난과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서민의 애환을 알고
인간 밀림 속에서
살기 힘든 것을
애처롭고 슬픔에
시 수필을 만나
내가 생각하는 살맛나는
세상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품해설
유한근(문학평론가.문학박사.한성디지털대학교 교수)
이 시는 '서사' 혹은 시인의 자서와도 같은 시이다. 왜 자신이 시와 수필을 쓰고, 어떤 과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며 작품집을 몪어 독자와 만나는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그에게 있어서 문학적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사물은 자연물이다. 바람, 눈, 강 등이 그것이다. 이를 바슐라르의 물질 상상력에 대입할 때, '물'의 몽상 혹은 바람을 포함한 '공기'라는 물질 상상력에 의해서 그는 시적 상상력을 촉발한다. 한국인의 심성으로 보아 보편적인 상상력의 촉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런 다음 시인 이기호는 '노을' '어둠' '사랑의 빛' 등의 색채 이미지로 시의 몸체를 쓰며, 자신의 내면 성찰을 통해 삶의 제 문제를 반추하면서 시의 주제 혹은 안의 내용물을 채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를 쓰는 이유는 살기 힘들어 하는 독자 들에서 따뜻한 마음의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또는 '살맛나는 세상살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와 수필을 쓴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다분히 계몽주의적이며 문학의 교시적 기능을 신봉하는 시인이다. 오늘의 많은 시인들은 시. 문학에 절망하고 슬퍼하며 현실적 삶에 부정적이다. 그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문학으로 무엇인가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할 염두조차 내지 않는다. 따라서 시인 이기호는 문학적인 표현구조에 있어서 기교나 미학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지 모른다. 하지만 시가 시답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 표현 구조를 갖추어야 함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