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
서당이기호
어머니는
오늘도 하루 바쁘게 사신다
일의 순서대로 일하시는 분
겨울나무 가지 끝으로
잉잉 잉잉 세찬 바람소리
아득하기만 하다
어머니는 오늘 같은 날
추워서 힘드시니
때로는 좀 쉬십시오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가지
바람이 불어도 할 일은 하는 거다
어머니는 늘 자식 위해 힘들고
어려움의 길 위에 서신다
때때로 오신 길 알고 있어도
아무런 내색이 없는 분
자식 위한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발걸음 내딛는다
어머니는 샘물 길어서 물동이 머리 위에 이고
빨랫거리 담은 함지박 머리 위에 이고
새참거리 담은 광주리 머리 위에 이고
나뭇가리의 소나무 단 머리 위에 이고
잉잉 잉잉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길 위에 서신다
헐클 어진 머리카락
어머니의 볼 언저리 스치고
옷섶을 헤집는 바람 소리
잉잉 잉잉 세찬 바람 소리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