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서당/이기호
퇴근길
야탑동에서
내일의 발걸음 돌리고
어깨 살짝 두드리고
가야 할 시간 놓칠세라
서둘러 가노라면
명주실 바람 부는데
다들 북새질이다
어느 때인가
야탑역 근처 머물고
대화 나누어 보지만
터놓고 맨도롱이
차 한 잔 나눌 명주실 우정
어디 그리 흔턴가.
작품해설
이수화(문학박사, 시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친구, 우정이라는 시니피앙(記標)이야 말로 얼마나 그 시니피에(記意味)가 그리운 기호인가, 솔직히 현대인들은 시류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터놓고 맨도룽이/ 차 한 잔 나눌 명주실 우정”(제4연 서브 코다)을 아쉬워하는 예시의 화자의 정서에는 분명코 시대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 상황에 추수하는 무엇이 있다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반드시 있는 법 아닌가? 예시 에도 극명하듯 이기호시의 포에지(시정신)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성찰하는 상상력의 형상성 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