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서당/이기호
맑은 하늘을 쳐다보는 거다
조개구름 속에
내 마음을 싣고
임께 보내고 싶은 거다
아름다운 달빛을 쳐다보는 거다
달빛 속에
내 마음 내 모습을
달빛처럼 보이고 싶은 거다
비봉산을 쳐다보는 거다
아침 햇빛은 소나무 숲 속에
옥로는 온기로 사뿐 날아가고
내 마음이 아플 때
내 주변의 사물에 의미를 주며
날아가는 비둘기
내 마음을 싣고
임께 보내고 싶은 거다.
작품해설
이수화(문학박사·시인·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아픔이 어째서 ‘아픔’인지 그 까닭은 예시인 텍스트를 꼼꼼히 독해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텍스트는 아픔의 까닭을 시니피앙(기표)인 아픔이 그 아픔의 원인인 시니피에(기의)와 만나지 못하고 시니피앙의 공허한 하늘 위에 조개구름과도 같이 떠다니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제1연에서) 시니피앙‘아픔’이 “님께 보내고 싶은”(제3연 후말행)화자의 “달빛처럼 보이고 싶은”(제2연 후말행) “내 마음 내 모습”(제2연 제3연)이므로 결국 이 텍스트의 ‘아픔’이란 시니피앙은 시니피에로 귀착한 수 없는 아픔인 것이다. 좀 더 직핍한 언술에 따르자면 시인 이기호 시의 제1부<행복의 길>에 다수 노래되고 있는 인륜 특히 부모영별한의 정서권역에 떠도는 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의 덕목이다. 현대적 현실경계에서 ‘효도’라는 시니피앙이 지향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같은 우문의 현답이 이기호 시의<아픔>인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특히 시인이며 교육자인 이기호라는 현실인의 경우, 효도란 늘 강박관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더구나 그의 일련의 효덕의 서정 시편에 노래되고 있는 효심의 정서는 그에게<아픔>으로 노래될 만큼이나 아름다운 강박관념화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효심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기의에 이르기까지는 효의 실천에 이르기까지<아픔>에 따르는 것이다. 효의 아름다움이 아름답기 때문에 지녀야 하는 이 패러독스로 인해 이기호시는 눈물겨운‘아픔’으로 현실의 모든 시적 인식은 이기호 시 정신을 형성하며, 삶에 대한 그의 태도(인생관)를 드러내 준다. 그가 시를 쓴다는 것은 효덕의 실천 바로 그것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