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비 내리면
김소해
화계 골 매화향이 다 실어간 줄 알았더만
수시로 환청인지 여태 남은 환상통
때아닌 빗줄기에 얹혀
놓친 길이 떠오른다
못 열어본 뚜껑 열고 먼 우레로 오거나
높은 뫼 골짝을 돌아 강이 불어 안개거나
펄 아래 묻힌 퇴적물
건져보라
비 온다
글씨가 서툴러 기록하지 않은 얼룩들
차마 시인마저 부르지 못한 이름들
채취선 상판에 널어 물비늘에 말리면
누구는 불을 안고 누구는 끄지 못해
쾌자자락 휘둘리는 한바탕 춤이라서
벚꽃 길 꽃밥 물밥 뿌려
은어 떼를 먹인다
- 《시조정신》 2024. 추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