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충북시조
골목
-비석마을
김소해
망자의 집들이 모여 받침돌이고 기둥이던
마을 안 무덤인지 무덤 위 마을인지
새로 쓴 필사본 한 권 그 골목을 걷고 있다
이승 한때 저승 한때 들고나는 좁은 골목
이편과 저편으로 경계면서 소통이라
기차게 어울려 산다 빈틈없는 공존이다
망자는 빗돌마저 댓돌로 내어주고
댓돌을 딛는 발은 망자와 친구 되어
산비탈 층층 쌓인 채 떠나지 못해 문화마을
피난민 맞아준 곳이 버려진 공동묘지라니
산 자나 죽은 자나 정처 없기는 같은 처지
닦았지, 서로 젖은 발등 의지가지 한 몸으로
ㅡ 《시조미학》 2018 여름호
-비석마을- 부산 아미동 소재 일제강점기 시절 일인들의 공동묘지. 6.25 피난민들의 은거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