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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시인의 작품읽기

김소해 시인
부산문인대사전, 김소해편
작성자: 김소해 조회: 2498 등록일: 2024-02-29

부산문인대사전  / 김소해

 

위층에는 세탁소 아저씨가 산다

 

 

실밥 뜯듯 다투는 소리 늦도록 끝이 없다

저렇게 틈이 벌면 얼굴 어찌 대할까

어설픈 걱정하느라 남은 잠이 달아난다


비비새 조잘거림 아침이 상쾌하다

해장국 끓이는가 또닥또닥 도마질소리

아저씨 다림질 솜씨 주름들을 지웠나

 

출근길 엘리베이터 그 안에서 만난 부부

쓰레기봉투 들고 서서 인사가 참 밝다

짜깁기 좋은 솜씨에 터진 솔기 흔적없다

 

찔레꽃 명당

 

 

보름의 달밤인데 찔레의 봄밤인데

 

늦도록 늦은 밤 나는 아직 길에 있네

 

몰라라, 얼마나 멀리

 

언제 그렇게, 그러게

 

 

시냇가라 했던가 바닷가 어디 쯤

 

정자 하나 짓겠다고 필생을 다 놓치네

 

바람도 잠들지 못한 길

 

서너 백년 기다릴게

 

 남해

 

 

탱자 울 가시 둘러 위리안치 적소라 해도

천 리 밖 외로 앉아 유배 사는 섬이라 해도

들노래 흥으로 피는 나락이며 꽃이며

 

비탈언덕 다랑논 두렁길이면 어떠리

파도를 갈아엎는 비렁길*이면 어떠리

어디든 길을 내며 간다 그가 가면 길이다

 

물너울 동이 트는 만발한 저 웃음들

마늘밭 시금치 밭 겨울마저 진초록

이마가 맑은 사람들 꽃섬 가꾸며 살고 있다

 

 *갯바위

 

 

 붉은 식사

 

 눈앞에서 가라앉는 저녁 해를 놓치고도

 

매운맛 코다리찜 땀 흘리며 먹고 있다

 

저 해를

 

따라간 나는

 

돌아오지 않는데

 

언제 다시 이토록 물들어 깊어질까

 

하늘도 바다도 울먹이는 다대포 노을

 

돌아와

 

나 없는 나만 앉아

 

붉은 식사 붉은 무심



소라계단

-동광동

 

소라고둥 둥근 속을 걸어본 적 있었지

긴 통로 비탈길 돌고 돌아 올라오는

길이야 미로일망정 올라서면 전망 좋은

 

닿을 곳 갈 곳도 없이 사십 계단 피난시절

그런 때 그럴수록 연서 같은 악보가 있어

못 잊을 경상도아가씨* 기타선율 다시 듣는

 

돌계단 소라계단 성긴 길을 걸었지만

이제 와 생각나는 막걸리 파전냄새

벼랑은 집들을 업고 저녁 창을 밝힌다

 

*1951년 박재홍이 불렀던 인기가요 '경상도아가씨

 

대장장이 딸

 

사랑을 훔치려다 불을 훔치고 말았다

 

무쇠 시우쇠, 조선낫 얻기 까지

 

숯덩이 사르는 불꽃

 

명치 아래 풀무질

 


골목

-비석마을

  

 

마을 안 무덤인지 무덤 위 마을인지

새로 쓴 필사본 한 권 그 골목을 걷고 있다

망자의 집들이 모여 받침돌이고 기둥이던

 

이승 한 때 저승 한 때 들고나는 좁은 골목

이편과 저편으로 경계면서 소통이라

기차게 어울려 산다 빈틈없는 공존이다

 

망자는 빗돌마저 댓돌로 내어주고

댓돌을 딛는 발은 망자와 친구 되어

산비탈 층층 쌓인 채 떠나지 못해 문화마을

 

피난민 맞아준 곳이 버려진 공동묘지*라니

산자나 죽은 자나 정처 없기는 같은 처지

닦았지, 서로 젖은 발등 의지가지 한 몸으로

 

 

*서구 아미동 소재. 옛날 일인들의 공동묘지

 

         

냉장고 그녀

 

 

말라가는 산세배리 살리러 그러는가

 

낡아 천더기가 물을 자꾸 흘려보낸다

 

이십년 부려 먹혀도 무덤덤한 그녀는

 

 

지친 그녀 몸도 가랑잎 소리 난다

 

냉동에서 냉장으로 냉장에서 다시 냉동

 

한가득 채우는 공간 넘어서는 한계치

 

 

누가 여기 물을 흘리나 냉동 벽에 금이 갔나

 

빙벽 같은 그녀 가슴 금 가는 중얼거림

 

오래된 눈물 흐른다 냉장고가 울고 있다


 

투승점投繩點을 찍다

 

 

쟁깃날 벼리고 세워 경작한 바다이네

수평선 너머까지 가보고 오는데 육십년

근육질 어깨 죽지에 동해호가 파도친다

 

아버지 가시던 길 따라가지 않겠다고

빈 어창魚艙에 버티던 길 여기까지 따라왔다

한 그물 당길 때마다 올라오는 아버지

 

비장秘藏의 낡은 유산 놓고 간 어장도漁場圖

난바다 물너울에 투승점을 찍는다

소금길 썩지 않는 법 나침반에 새긴다

 


용접

 

 

어디서 놓쳤을까 손을 놓친 그대와 나

 

실마리 찾아가는 길 불꽃이어도 좋으리

 

뜨겁게 견뎌야 하리 녹아드는 두 간격

 

 

 

질문나무

 

 

필시 무슨 인연 닿았음이 분명하지

 

수목원 산책길에 아왜 나무 이름표, 찡긋

 

내 속에 해답 없는 질문 그득한 줄 어찌 알고

 

 

왜 산다는 게 기껏 질문뿐인 것을

 

수천수만 푸른 귀가 열리면서 끄덕이면서

 

질문도 아닌 질문들 얽히다가 풀릴 때

 

 

 

 

약력

김소해 (金素海) 본명 김정희

경상남도 남해군 설천면 금음리 1947년생

지산간호보건전문대 치기공과 졸업

현대시조(1983) 부산일보신춘문예 시조 (1988) 등단

활동경력: 부산여류시조문학회 회장 역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역임. 부산문인협회 이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문인인권옹호위원 현재 치과기공소 경영

나래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2020년 올해의 작품집 상. 투승점을 찍다2014년 세종문학나눔 선정 대장장이 딸2020년 아르코문학나눔 선정. 시조집 서너 백년 기다릴게6권 외 현대시조100인 선 하늘빗장

sohe13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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