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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시인의 작품읽기
김소해 시인
<아침을 여는 시> 큰 북/ 김소해, 광주일보, 노창수시인
작성자: 김소해
조회: 2120 등록일: 2024-02-26
<아침을 여는 시> 큰 북/ 김소해
새끼 잃은 어미 소 그 울음을 들은 적 있다 들어 올린 북채가 화음을 치는 순간 가슴팍 소 한 마리가 길을 잃고 헤맨다 둥근 방점 쿵쿵 찍는 오케스트라 큰북 한 채 악기란 악기 소리 품어 안는 우렛소리 저음의 깊은 울림은, 텅 저 소의 빈 가슴이다 (시조집 ‘서너 백년 기다릴게’, 황금알, 2023) [시의 눈] 사실 영장인 사람은 죽어 스스로 남기는 게 없습니다만, 소는 고기와 가죽을 남깁니다.
‘둥근 방점 쿵쿵 찍는’ 큰북에는 소의 울음이 입력되어 있지요. 그건 현란한 리듬 타다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막스로 튀어갑니다. 이 베이스드럼은 복선을 넘어선 오페라가
절정일 때 빛납니다. 하이든 교향곡 103번에는 ‘큰북 연타’란 부제가 붙어있듯 북 연주가
중심역입니다. 베를리오즈는 단두대를 향해가는 행진곡 4악장에서 소의 ‘가슴’인 북을
심벌즈와 함께하게 합니다. 해서, 북의 울음은 곧 사형수와 관객의 눈물로 상징되지요.
마치 세상을 다 깨버릴 듯 북이 흐느낍니다. 새벽 고속도에 도축장으로 가는 축산덤프차가
달립니다. 거기 소의 울음은 거의 고체화됐습니다. 아마 그 절규는 초압축돼 CPU 12인치
칩처럼 부드럽게 또 축소되겠지요. 가죽은 수백 번의 마름질을 끝으로 한 채 북이 돼 나옵니다.
오늘 마침 무대 고수가 소떼를 몰듯 북채를 휘두릅니다. 수백의 소가 삼킨 울음이 우렛소리로
모아집니다. 하지만 여긴 도축장이 아니에요. 인간 최상의 자랑 예술의 전당이지요. 사람들은
소 울음에 답하기라도 하듯 ‘부라보!’를 외치며 박수와 함성으로 열광합니다.
김소해 시인은 경남 남해에서 나, 1983년 ‘현대시조’ 천료,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 단했습니다.
시조집 ‘치자꽃 연가’(2010) 등이 있습니다. 그는 시조 그릇에 사물을 액체화해 조화롭게 담아내는
그 서정미가 일품인 시인입니다.<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