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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시인
사라진 시 평론 안수현 교수
작성자: 김소해 조회: 2412 등록일: 2023-11-25
연대하는 실존의 시조 미학/안수현  계간평 / 시조21 맛보기   

2021. 3. 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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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21 2021년 봄 56 계간평

 

                            

연대하는 실존의 시조 미학


                                                                               안수현(문학평론가)

 

 1. 정해원산 나비

 

 산 나비 새까만 나비

 어디서 날아와서

 

 적막의 가운데서

 기도하며 졸다가는

 

 컴컴한 깊은 골짜기로

 무엇하러 들어가나?

 

  나비에 대한 근본 사유는변화에 있다예컨대 종교적 부활존엄한 신이 내린 불에 의한 영혼의 순화검은 태양 등으로 재현된다장자의 제물론齊物論과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의 하이쿠 서정성이 녹아있는 나비를 호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나아가 나비 체험을 통한 참자유의 획득 양상은 <나비야 청산가자>의 서정과 동일한 빛의 세계를 지향하는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그런데 시인의 나비는 삶과 죽음의 상투적 이분법적 경계를 벗어난다.‘현상의 목격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재생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차적 의미를 넘겨 버린다.

 

산 나비는 죽음과 대비되는 시간성과 영토성을 동시에적막의 가운데로 호출하고 있다영토성의 파생은 어디라는 이름으로 탈구축의 대상이 된다선택된 영토의 전통은 기도와 더불어 보존되고 있다. ‘무엇하러와 같은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지만 시인의 담론은 공간과 시간 사이의 질량을 담보함으로써 자기중심에 대한 한계의 자각과 대상화라는 주체의 개방성에 대한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나비의 삶이 작동하는적막은 고정된 중심과 불변적 경계를 표상하고 있지 않다오히려 부정할 수 없는 언어로 기도하는 정당성의 확보를 지향한다.‘골짜기로 표상되는 삶의 질곡에서 비롯되는 고독과 공포고통과 슬픔을 차분한 유현幽玄의 경지로 침잠시키고 있다.

 

 

2. 홍진기산 동무

 

 산이 있어 나를 불러 맨손 들고 산에 드니

 어디서 본듯한 얼굴 눈인사로 반기네

 고향집 담장 아래서 같이 놀던 민들레꽃

 

 아득하여 셀 수 없네 고향 두고 떠난 산 날

 막내고모 핑계꺼리 나를 업고 마을가던

 그날 본 손톱 조각달 그가 나를 알아보네

 

 하늘은 얼마나 가야 달을 그냥 놓아주고

 세월은 언제쯤에 그리움을 지워줄까

 반송盤松밑 어린 까투리 장끼란 놈 뒤를 밟네

 

  산은 다양한 암시성을 가진 존재이다산의 수직적 축은 세계의 중앙에 위치하며 거룩한 관용과 신성함으로 드러난다그 산이를 불렀고 그 뿌리를 찾아 하늘을 향한다.‘고항집 담장' 아래의 민들레꽃은 과거의 팽창과 선회를 거듭하며 물질화한다자연에 대한 회상은 기억에 대해 부여하는 기호화의 통합이다이와 같이 과거의 자연이 현실로 넘어와 시적 화자에게 위로를 준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내파된 것을 의미한다그것은 과거의 추상이 현실에 편입되어 삶의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시를 통해 전해지는어디서 본듯한 얼굴은 낯섦과 낯익음의 교차는 소중한 경험과 기억의 소시민적 좌절을 거부한 현실의 생존 원리를 대변한다시인은 하늘을 태양과 달의 결합에 성공하고 있다남성적 특상은 태양에게 여성적 특성적은 달에게 부여함으로써 조작한 우주의 정당성을그리움을 개입시킴으로써 해체한다재생과 부활로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달의 신화를 지지한다시인의 달은 순환에 의해 나타남과 사라짐의 부단한 교체를 반복한다과거에 오염되지 않은어린 까투리의 순수한 여성적 코드는 시인이 생산한 환상적 장치이다환언하자면하늘그리고세월그리움' 기억을 통해 호명되는 과거의 형상들이 고요해진반송盤松과 상응하며 그 자연 질서 속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자아의 발견이다.

 

 

김소해사라진 시

 

살아있는 무엇이든 시 한 줄 쓸 줄 안다

잠자고 있을 때도 자라는 머리카락

저들의 호흡법으로 하소연이 자라나고

 

읽다가 놓친 문장 잠꼬대 꿈결까지

흩어진 활자들이 텀블링 신명으로

둥글게 모였다 펼치는 매스게임 율동으로

 

눈 귀 다 멀었으니 어쩌지를 못하겠다

바람만 재촉하다 명구들을 놓치고

사라진 기억 너머 시

새벽이 추락한다


흥미롭게도 시인의 첫 화두살아있는 무엇이든 시 한 줄 쓸 줄 안다는 일본고전시론의 『』(905)의 서문 살아있는 어떤 미물인들 노래를 부르지 않으랴!きとしけるものいづれかをよまざりける와 동일한 맥락을 가진다. ‘잠자고 있을 때도 자라는 머리카락처럼 시 창작은 식물이 싹을 트고 꽃을 피우는 생장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다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독자의 오판에 불과하다언어의 객관화를 묵시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가픈 호흡과 애소哀訴에 철저히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의 신화적 원형은 휴식과 이완이며 치유의 행위다잠의 신 히프노스Hypnos는 밤의 여신 닉스Nyx의 아들이며 그의 쌍둥이 형제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us이다죽음은 영원한 잠으로 생각했다또한 자신의 아들 꿈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는 꿈을 통해 무의식의 영역에 이르는 기회 제공과 창조의 영감을 부여한다프로이트가 말한 전이와 응축과 같은 꿈의 두 원리혹은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이 말한 은유와 환유로 대변되는 시 창작의 원리로 인도한다언어로 온전히 재현될 수 없는 꿈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무를 동강 내듯 억압된 욕망 덩어리의 재현으로서 또한 의미의 단일성으로 환원시킨 프로이트식 꿈의 해석은 거부한다시인은 다만 모두가 공유하는 실존적인 경험 즉 잠의 영역은 원형에 의해 덧칠된 메타포의 퇴행적 숙명은 부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전연희동지

 

봄 지고 가을까지 움푹 팬 가슴이다

 

새알심 동그랗게 팥죽이 끓는 동안

 

부르튼 발자국마다 살얼음이 녹고 있다

 

때 늦어 쉰 목소리 보채는 바람 길을

 

손끝에 놓친 어제 성가신 부스러기

 

제 둘레 팥죽 한 그릇 달래이듯 담는다

 

시인은가을까지 움푹 팬 가슴으로동지冬至를 기다렸다.‘복원재생의 두 가지 측면을 개입시켜 황진이의 동지와 오마주hommage함으로써 시공간을 넘은 대화를 시도한다양자가 주목한 동지의 밤은낮의 예정된 약속이자새봄의 약속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밤은 봄의 재생을 기원하는 여성 원리를 대담하게 암시하고 있다.‘부르튼 발자국의 고통과 부스러기로 형상화한 파편성은 객관화된 사유의 점유방식을 강요해 온 텍스트의 단절로부터 복원시키고 있다여성적인 밤과 수동성의 원리를 과감히 축출함으로써 양자의 대화는지고 만 봄의 재생에 주목한다즉 드러냄은팥죽 한 그릇이라는 이중적 용법 사이의 맥락에서 밤과 보채는 바람 길’ 사이에는 진멸된 두 개념이 장소와 분리되지 않는 채 작동하고 있다.‘살얼음이 녹는 감각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오는 언어적 존재는 그 의미 대상을 지향하는 봄의 복원과 재생은 오로지 언어를 통해서 전달된다.

5. 제만자소리와 소리

 

문득 경을 꺼내 뜬눈으로 샌 날은

아득한 한 점 종의옷깃이 서걱거려

그대로 먹빛이 도는

동종 앞에 가서 선다

 

가시나무 피다 지다 귀향하는 능선 보며

여인 서넛 뒤따르다 터지는 웃음소리

일시에 틈을 비집고

산을 온통 적신다

 

경전을 꺼냄으로써 세계와 타자에 대해 자신을 개방한 시인은 신앙을 통해 현존하는 생명의 화두를 보장받고자 한다보이지 않는 무의 세계는먹빛동종을 지향하며 더 이상 비밀의 소리가 아니다시인의 체험은 철저히 사계의 변화를 응시한다재구성된 능선은 가시나무를 재현하는 반-기억anti-memory의 리얼리즘으로 달린다시인의 자연은 결코 쉽지 않은 자연이다.‘산을 온통 적실만한 고유한 신앙을 빼앗기지 않고 과거를 호출한다.‘생겨남사라짐의 영역이기도 하다생겨난 것은 시간의 연속에서 동일하게 머물러 있음으로써 영원성의 외양을 획득하며 시간은 흐름은 이 영원의 무한성에서 기원한다여기에 여인의웃음소리는 멈추지 않는 세계를 상징한다.‘소리들의 만남은 주체의 자기중심의 한계와 대상화의 문제로 제기되고 언어로 표현된 담론의 세계와 삶이 영위되는 맥락적 문화들 사이의 간극이라는 을 극복하려 한다익숙해진귀향의 여정은웃음의 원형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웃음소리와 여인의 페르소나는 경직성의 사회를 해체시키고 있다.

 

 

6. 김윤숙용서

 

누가 먼저 거두는 가을 햇살 수확인가

남천의 붉은 잎새 거미줄에 걸려든

흰나비 차마 꽃 인줄오롯이 박제된 사랑

 

수확은 노동의 노래이며 아픔의 노래이다노동의 고통은 승화를 경유하며 현실극복을 이루어낸다그리고 수확의기다림은 공동체의 가치를 창출한다수확은 자연에 대한 불안한 탐색이자 교환가치의 차가운 시선이 교차된 침전물이다영웅적인누구의 역동적인 역할의 연장선 위에 시인의 감각에 오롯이 포착된흰나비는 무화되는 운명의 박제다죽음과 파괴가 잠복한거미줄의 중심은 인평대군麟坪大君이 노래한 세계관의 부정으로 재현된다.

 

소원小園 백화총百花叢에 나니는 나비들아

향내를 좋이 여겨 가지마다 앉지마라

석양에 숨은 거미는 그물 걸고 엿는다.

 

타력에 의해 감금된흰나비의 운명은 거미줄의 유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흰나비에 함몰된 시인의 내재적 흔들림이 작동한 것이다자연의 실존보다 현실과 재현의 혼재에 의해 선택된 박제화된 나비는 시인의 사랑으로 현전presence된다언어로 발화되는 순간 더 이상 역동적인 사유가 불가능하며 또 다른 하나의 고정된 중심으로 변질될 우려를 박제로써 봉합한 것이다잔상을 씻어낸흰나비의 기호를 통해 자연이라는 실존이 반추되고 있다.

 

 

7. 김선희여름 길목

 

한 을 놓겠다는

무섭다그 결심이

 

숙정문 둘레길은

아직도 얼어있고

 

모든 길

세상의 방정식

우리 모두 갇혔다

 

무섭다고 한 시인의 언어는 부재가 현존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존재와 무의 대립을 영원한 결합으로 인도하는 병치를 시도한다.‘의 숭고함은 부조리와 추한 모순을 파괴하고 시시각각 변형되는 삶의 굴곡에 대해 무저항적으로 드러내는 자기결정이다이는 곧 실존에 대한 시인의 묵시론적 관조가 나타난다. ‘여름 길목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숙정문의 원형은 겨울길이다문은 안과 밖의 경계이며 길은 형식과 법칙의 가치로 확장되었고어제는 낯익은 모든 길이 오늘은 얼어버린 낯선 길이 되고 말았다감금된 길은 근원적인 의미에 따라 외적인 것이 아니라 실존 그 자체이어야 한다는 점이 요구된다왜냐하면 길의 실존은 시인의 영역을 환원받기 위함이다실존의 정당화를 기대하는 곳과 동떨어진 특수한 시적 세계의 형성은 분노의 장을 생산할 뿐이다시인은 배제의 원리가 아니라 수용의 원리를 작동시키고 있다.

    

  

안수현

문학평론가문학박사부산가톨릭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위원, ()국제시조협회 평론·번역분과위원장부산문인협회평론분과 정회원평론 일본의 미의식-식물적 세계관에서 잉태된 미학적 개념들-」 「화투에 나타난 일본의 문화코드」 「성담론과 혼인제도로 살펴본 일본」 역서 고시조 100선 번역시조집」 「박목월 탄생 100주년 기념 번역시집」 「이호우 일어번역시조집」 「藤原定家의 」 

 

 [출처] 연대하는 실존의 시조 미학/안수현|작성자 시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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