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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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조 감상, 김소해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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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소해 |
조회: 1232 등록일: 2023-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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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의 명시조 감상, 김우연 평론. 22) 김소해 거기 오래 당신 없어 고향집 쓰러질 듯 빈 집 애처로워 제값이라 팔았는데 이상한 거래도 다 있다 고향이 없어진 고향을 잃어버린 남의 동네 서먹하다 하늘과 바람이며 갯바위나 파도까지 덤으로 팔려버렸다 어이없이 밑진 장사 그게 그렇게 고향산천 떠받치는 줄 몰랐다 마당만 몇 평 값으로 팔았다 싶었는데 낡은 집 한 채 무게가 만근인 줄 몰랐다 <만 근인 줄 몰랐다> 전문 쟁깃날벼리고 세워 경작한 바다이네 수평선 너머까지 가보고 오는데 육십년 근육질 어깨 죽지에 동해호가 파도친다 아버지 가던 길은 따라가지 않겠다고 빈 어창魚艙에 버티던 길 여기까지 따라왔다 한 그물 당길 때마다 올라오는 아버지 길 비장秘藏의 낡은 유산 놓고 간 어장도漁場圖 난바다 물너울에 투승점을 찍는다 소금길 썩지 않는 법을 나침반에 새긴다 <투승점을 찍다> 전문 김소해 시인은 남해가 고향이다. 조선 중종 때 김구는 아름다운 유배지 ‘꽃내 마을’에서 경기체가 형식의 ‘화전별곡’을 지어 부른 이후에 남해의 별칭이 ‘화전花田’으로 통용되고 있다. 만근인 줄 몰랐다는 폐가로 변해가는 생가에 집 뒤의 대나무도 마당으로 들어오고 해서 흉물로 변하지 않도록 형제간에 협의해서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팔고나서 고향에 가니 고향이 아닌 듯 서먹하다는 것이다. 하늘 바람 갯바위 파도가 덤으로 팔아버리게 된 기막힌 사연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육친에 대한 집착에서 생긴 것이라 해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생의 근원이 아닌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도시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어떠한 물질로는 바꿀 수 없는 영혼이 살아 숨을 쉬는 성스러운 곳이라 느껴진다. <투승점을 찍다>는 사부곡이다. 바다와 싸우는 험난한 아버지의 길을 거역해도 육십년 살고서야 되돌아보니 자신도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한 희생의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하다. 사부곡으로 이밖에도 <얼음세포> <다랭이 마을>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버이에게 바치는 노래로 <억새꽃> <대꽃 부부>가 있다. 사모곡으로는 “씨앗을 품어담은 열매는 엄마의 집/ 견고한 매운맛으로 지켜내는 제 새끼들/ 함부로 대하지 말라 앙버티는 저 힘” (<땡초>전문)이라며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모든 생명의 여성성은 저처럼 강인한 것이니 생명에 대한 외경심마저 돌아보게 한다.
2021년 계간《현대시조》봄호 7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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