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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시인의 작품읽기

김성열 시인
작성자: 김성열 조회: 1301 등록일: 2013-03-16
  눈  /  김성열

 

            눈을 밟고 가자

            흙 묻은 발로 꾹꾹 눌러 밟고 가자

            선혈이 낭자한 눈을 으깨어 짓밟고

            산 넘어 동굴까지 밟고 가자

 

            어제의 눈이 오늘의

            하얀 눈이 아니듯이

 

            누가 나의 눈을 밟아다오

            즈믄 날들을 빛 바랜 백색 공허는

            한천(寒天)의 별빛 냉기로 이마가 시려

            투명한 가슴 열어 뵈는 얼음 하늘

            하얀 나의 눈을 밟아다오

 

           오늘의 내가

           까만 내일의 나를 모르듯이

 

           눈을 밟아보자

           텅 빈 들녘, 하얀 눈을 다시 보면서

           뽀드득 뽀드득

           지옥문 번쩍 열릴 큰 소리로

           지금까지, 밤에도 하이얀

           눈을 밟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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