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상
향나무 선비상 유리깔판에 눌린 두개의 옹이 흔적
가느다란 실눈을 내려 깔거나 치켜뜨거나 흘겨보거나
빗겨 서서 보면 질책하는 낯빛으로 흘긴 눈빛으로
도도한 다릿발을 세워 황토빛깔 살색으로 섯다가
휘어진 다리를 꼬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가
비바람 모진 세월 견뎌 낸 생목시절 그리다가
마주 앉은 깡마른 선비의 얼굴로 일렁이다가
아파트 거실에 도인 같은 표정으로 티브이 앞에 놓였다
뇌성벽력 요란턴 장마철도, 햇볕 따가운 여름날의 무덥던
하루하루도 지나고 무쇠 조각 설합 장식을 유두처럼 양 켠에
추슬이고 각진 장식장에 맞서 능청스런 다릿발도 휘어 세우고
신문도 과일 접시도 찻잔도 할 수 없다 놓여 진 그대로
고구려 백제 신라도, 고려도 조선조도 가고 선비상도 가고 있다
앗 차, 눈이 번쩍 날벼락 친다 전류가 흘러 손발이 저리다
누런 낯짝에 두 개의 옹이눈이 번갯불 타고 하늘 멀리 날아간다.
천벌을 내릴 듯 부릅뜬 눈이 날아간다. 벼락 치듯 큰 소리 친다.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