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열전(2)
김성열
-잣송이
겹겹, 층층 옥개석 쌓은 벼랑 끝 칼끝도
아무나 범접 못할 철옹성 이룬 넋마저
몸 안에 틈새로 박힌 내공의 뜻을 알겠네.
아랫돌 빼서 웃돌 괴던 우리 집 형편은
고대광실 솟을대문 그런 집이 아니었고
155미리 직사포에도 견뎌 낼 견고한 돌집이었다. 때깔 좋은 부잣집 마님 똥 빛깔의
황토 흙을 치덕치덕 잘도 이겨 바른 돌집의 안쪽은 여름에도 시원해서 좋았지만
밖에서 보면 거칠거칠 엉성한 석성(石城) 같아서 우둘우둘 숭숭 돌들의 틈새가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 웃돌 괴일 아랫돌도 뺄 수 없이 우리의 허기 같은 너와 지붕은 무겁게 무겁게 짓눌러 있었지만 달빛이 새어들고 햇볕도 받아들인 돌집의 틈새는 우리 칠 남매를 잣송이 같이
겹겹 층층 어두운 틈새를 안으로 다져주었다. 가난도, 배고픔도, 전쟁도, 희망도, 절망도
그 사이 사이를 용케도 잘 비집고 나와서 마른 잣송이 틈새로 비어져 나온 잣 알갱이 같은 삶의 사리 구슬을 옹골지게 꿰고 있음이네.
삶이여, 송진같이 끈적이는 한 평생의 틈새여...
그래서, 그래도 한참은 틈새 메워 살아보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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