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십자가를 그리는 시학
- 김풍배 신앙시집 『십자가를 그려 보셔요』에 부쳐
이 영 지
문학박사 · 철학박사 · 시인 · 시조시인
1. 김풍배 목사 시인의 문학이력
김풍배 시인의 신앙시집『십자가를 그려 보셔요』발간을 축하한다. 어느 사이 목사님이 되셔서 이번 시집은 신앙시집에 걸 맞는 제목과 내용으로 되어 있다.
김풍배 시인은 2007년도에「문학공간」에서 시로 등단하고 시집『물 동그라미』『가깝고도 먼 길』『바람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2012년 봄에 창조문학 84호에 82회 신인상 시조부문「장마」외 3편으로 다시 등단하였다.
이에 김풍배 목사 시인의 생애 이력기록을 위해 기념으로 여기 다시 개재한다.
당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며칠 새
아이같이
하늘이 울고 있네
무얼 주어
저 울음
뚝! 하고 그칠 건가
놔둬라
울다 지치면
제 스스로 그치리
-「장마」
꼭 잡고 싶지마는 정 마저 가져갈까
아무렇지 않은 듯 잘 가 하고 보냈지
보내고 뒤돌아보며 후회하는 이 마음
눈 오면 눈 속에서 비가 오면 빗속에서
꿈결인 듯 생시인 듯 어릿어릿 보이네
아서라 너마저 가렴 날개 젖은 미련아
-「날개 젖은 미련」
하나님의 은총이 생김새가 있다면
너울너울 내리는 하얀 눈 같을 거야
얼룩진 험한 세월을 새하얗게 덮으리.
하나님의 은총이 생김새가 있다면
가뭄 끝에 내리는 소낙비 같을 거야
거칠고 메마른 영혼 촉촉하게 적시리.
-「은총이 모양이 있다면」
어렵사리 사정해서 보청기를 사왔는데
시원시원 들리지만 안 들을 걸 듣게 되네
들은 귀 더러워질까 슬그머니 빼놓네
비싼 돈 들여가며 보청기 사줬는데
왜 안 꼽나 아들내외 답답한 듯 타박하네
멍하니 딴청피우고 못들은 척 해보네
-「보청기」
당시 신인문학상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시조 부문
김풍배 님의 시조작품「장마」「날개 젖은 미련」「은총이 모양이 있다면」「보청기」를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으로 하였다. 김 시인의 작품들은 형식의 다양성도 있지만 그 내용들이 참신하고 낭만적 서정마저 있다.「장마」는 기존 시조가 갖는 점잖음을 탈피하고 정감 있는 언어로 상큼한 맛을 준다.「날개 젖은 미련」도 정감이 넘치는 작품이다.「은총이 모양이 있다면」도 기독교적 소재이지만 감각적 상상으로 친화감을 준다.「보청기」는 현대적 소재이지만 세태를 풍자하는 묘미가 있다. 모두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친화력의 시조다. 계속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홍문표(시인, 비평가)
배정웅(시인)
이영지(시조시인)
최창도(시인)
조수연(시인)
김풍배 시인은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면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내용들이 참신하고 낭만적 서정’ 시조시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시조문학 작품으로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소감은 다음과 같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오늘’이란 단어가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이렇게 적어 봤습니다.
‘허송한 날은 살지 않은 날과 같다. 오늘 하루를 오르지 않으면 어찌 산을 올라갈 수 있으며, 오늘 하루를 흐르지 않으면 어찌 바다로 내려 갈 수 있겠는가?’
신인 문학상에 당선되었단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