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한 생애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특권을 누리는 때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현재형으로 하는 상상력에 의히셔 얼마든지 꿈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업시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거름거름
노힌 그 꽃을
삽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소월 「진달래꼿」
흔히 이 시를 이별의 시로 생각한다. 그런데 존경어가 표시되고 이별의 시간을 미래형 ‘가실 때에는’으로 한다. 더구나 소원형으로 하여 철저히 이 현재의 이별이 아니다. 이별시간은 만약을 전제로 한 미래시간 ‘....실때에는’으로 하는 미래시간이다.
현재가 아닌 미래 그 어느 때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는 이유로 이별일 때라는 전제조건에서 이루어지는 때에 이별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랑의 묘약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가 가는 길에 뿌리겠다이다. 만일(if)의 시제로 출발한다.
진달래꽃은 조선조 4대 세종대왕이 유호동 노중래 박윤덕에게 명하여 재래의 향약방을 저본으로 많이 중보하고 다시 침구법 1476조 향약본초제법등을 보태 간행한 향약집성방에 진달래꽃이 약제다. 민속에서도 약술을 만드는 재료로 진달래꽃을 사용한다. 이와 연계하면 소월시에서의 “약산” 진달래꽃은 약이 되는 진달래꽃이기에 이별을 치유하는 약제로서의 시적 효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