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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시인의 작품읽기

이영지 시인
이영지, 해, 그대, 어머니여(명지대학교: 명대신문, 1981)., 12집
작성자: 이영지 추천: 0건 조회: 4509 등록일: 2016-12-11

    

삼일에

신랑 앞세우고

삼 뿌리로 신행 온

안 해가 되더니

 

석 달에

실린 시집은

꿀단지로 보배단지로 맴도더니

 

삼년은 길어 곱곱이로 삼신께 빌고 빌더라니

고추 셋 숯 꺼멍 셋 돌 셋을 주렁주렁 새끼줄에 달아

셋 마을 사람들 못 오게 금색이더니

시아버진 조심조심 너른 들로 나가셔

하늘 해를 줄여 땅 속에 씨앗으로 묻으셨다.

드디어 새 색씨는

인삼이 되어

꿀맛이 되어

참깨 맛이 되어

해를 안고서 읽는다

 

삼 일 만에 해를 그려

석 달 만에 해를 안으며

삼 년 만에 해를 낳아

삼십년인 지금도

안 해 되어

. 그대, 어머니여

 

흔히들 달은 여성의 상징이요, 해는 남성의 심볼이란다. 그렇거니 여겼다.

 

바람이 불고 추운 겨울이다. 썰렁하니 돌아간 학생들의 빈 의자의 줄을 바로 놓다가 햇살이 유리창 사이로 의자에 앉은 것을 보고, 그 따스할 것 같은 빈 의자의 자리를 나도 몰래 앉았다.

 

따스함.

이제 나이가 들어 어머니를 떠나 있다.

 

벌들이 잉잉 거리며 아카시아 꽃잎의 단 맛을 모으고 모아 다독거린 꿀을 어머님 큰 벌이 되어 받으시더니, 삼년이 더 걸려야 하는 인삼을 인삼밭에서 길러, 한 뿌리의 가는 줄기라도 다칠까 보아 긴 꼬챙이로 조심조심 캐어 낸 인삼을 모으시더니, 온 절구를 내어 놓으시고 빻으시더니, 모자랄세라, 따스함이 모자랄세라 시아버지가 하늘의 해를 묻어 지금은 참깨가 돼 있을 들판을 바람같이 빠른 걸음으로 그러나 수줍게 달려가신다.

하늘의 해가 아주 조그만 집 속에 세 개도, 서른 개도 3백 개도 더 들어 앉은 둥그런 해 닮은 참깨를 햇살이 지기 전에 따 들고 종종걸음을 치시고선, 이튿날 한나절쯤 해가 온 누리를 녹여 햇살이 물 위에 반짝반짝 은빛을 내며 맑게 흘러내리는 개울가 냇물에 가셔서, 채를 드시고, 또 씻고 씻고 씻어 따스함만 받아오시고선, 아침 일찍 돌쇠가 일어나자마자 싸리비를 들고 휑하니 싹싹 쓸어 놓은 넓은 마당 한 복판에 시집오실 때 가지고 오신, 그러나 지금은 낡은 돗자리를 툭툭 털어 쭈욱 피어 다시 비로 한 번 쓸고 하늘의 해로 내려앉은 따스한 덩어리의 참깨를 깨끗한 삼배 보자기를 반듯이 편 위에 얇게 피어 말리신다.

 

행여나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을 돌던 어미 닭이 꼬옥 꼬옥 하고 병아리 새끼에게 멕일까봐 어머니는 아예 방문을 열어 놓으시고 문지방 겨에 앉으셔서 보시다간, 그것도 못 미더워 나오셨다. 들어가셨다. 1번도 서른 번도

그 사이 해는 따스함의 두께가 쌓여 따뜻한 열을 내며 말끔히 닦아 놓고 알알이 아주 조그만 해가 된 따스한 깨, 참깨를 만들어 낸다.

 

기침소리를 어흠 어흠 하며 헛기침으로 집을 울리는 아버지가 갑자기 짚으로 망태를 만들어 그 속에 가득가득 넣어 놓으시는 밤사이 깎은 곶감이 지붕에서 줄을 맞추어 있는 마당으로 내려오는 사이 어머니는 절구통을 들고 나오신다.

고추 잎이 밤사이 하얗게 내린 서리를 맞아 유난히 더 붉은 고추를 방금 마당쇠가 한 짐씩 마당 한구석에 내려놓는 마당으로, 어머니는 새끼줄로 꼰 방석에 한 마리 나비인양 살포시 앉으시고

알알이 해가 들어앉은 참깨를 절구에 넣고 찧기 시작하신다. 세 번을 찧으시고, 다시 세 번을 찧으시고,

인삼, , 참깨

 

셋은 어머니가 시집오셔 삼일 만에 신행 드시고, 석 달 만에 친정 가시고, 삼년 만에 시집으로 오셔서 애기를 낳으시고, 이제 삼십년이 넘어선 오늘, 날자를 기억하시고, 햇수를 꼽으시지도 않으셨지만 서른 세 해 이해에

, 인삼, 참깨를 함께 넣어 셋을 한데 모아 절구통에 넣으시고 절구로 찧으신다.

세 번을, 다시 세 번을,

 

저어기 마당 한구석에 어미 닭이 동이에 담긴 물 한 모금을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먹고 구구구 병아리를 모으는 것을 무심히 보시며, 하늘 한 번 쳐다보시고 절구 한 번 찧고 다시 한 번 쳐다보시고 다시 한 번 찧고 다시 한 번 쳐다보시다가 마침 흰 구름이 하늘 끝 저 먼 곳에서 천천히 넘어가는 것을 보시다가

갑자기 급해지신 어머니는 한 번에 서른 번을 버무린 꿀을 급히 자그만 동이에 넣으시고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시는 아버지에게 나이가 서른이 넘은 아이들 집에 가시겠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헛기침을 어흠어흠 하시며 약은 석 달은 잠궈야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만 하신다.

어머니는 그날부터 손의 달력을 꼽으시기 시작하신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수스 아흐레 되던 날 밤 기차를 타셨다.

힘에 겨운 보퉁이를 드시고 잠도 설친 채 바쁘고 금하시기만 하다.

겨울 날씨라 몹시 춥고 눈길마저 미끄럽다.

돈을 많이 주고 탈 수 있는 그 많은 돈이야 주머니 깊숙이 들어 있지만 택시를 타실 생각은 아예 없으시다.

따뜻한 아랫목에 요를 깔고 엎드려 어머니는 생각조차 않고 있는 그 환한 발 불보다 더 환한 등불을 다시고 아니 해보다, 더 뜨거운 사랑불을 드시고 계단도 두어 개 씩 짚어 넘으시며 초인종을 누르신다.

. 그대, 어머니여

 

따스함

우리창 너머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와

나도 해가 되어, 그대가 되어, 어머니가 되어 일어섰다.

이영지, , 그대, 어머니여(명지대학교: 명대신문, 1981)., 12

 

부모의 그리움을 떠나서 신랑 집에

온 신부 낯설어서 울면서 지내는 날

어르신 앞마당에다 해를 심어 주시샤

 

해 안고 돌으시며 별들이 잉잉거린

꽃잎의 아카시아 단맛을 모아모아

큰 별을 받으시느라 삼년이 더 걸리샤

 

인삼 밭 한 뿌리의 하나의 줄기라도

다칠까 꼬챙이로 조심조심 캐내시어

아직도 모자랄세라 따스함을 넣으샤

 

들판에 묻혀있을 깨소금 참깨 밭에

세 개도 서른 개도 더 들어 있을 깨를

동그란 해 닮은 해로 탁탁 털어 내시샤

 

온 누리 녹아 있을 햇살로 반짝반짝

은빛을 맑게 흘려 내리신 시냇물에

사알짝 채를 드시고 따스함만 받으샤

 

돌쇠가 싸리비로 휑하니 썩썩 써 논

마당의 한복판에 시집을 오실 때에

가져온 낡은 돗자리 툭툴 털어 펴시샤

 

시집을 오던 날의 햇살의 싱싱함을

지금은 낡아져서 구멍이 뻐엉 뚫린

구름을 쭈욱 펴시고 쓰윽 쓸어 해 속에

 

앉히고 덩어리의 참깨를 손으로만

해 손에 고루고루 펴시어 하늘 펴셔

당신의 삼베 보자기를 반듯이 펴 놓으샤

 

얇게 펴 말리시고 행여나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 돌던 어미가 꼬옥꼬옥

넘을까 안절 부절로 마당둘레 보시다

 

아예에 방문 열어 놓으샤 문지방 곁

거기에 걸터앉아 보시다 못 미더워

아예에 문지방 넘어 살피시는 시어른

 

코 박고 물 한 모금 입에 문 하늘 한번

물어본 어미닭들 구구구 병아리들

콕콕콕 절구통 세 번 찧고 찧고 또 세 번

 

찧다가 저어기에 흰 구름 하늘 끝에

천천히 넘어가는 해를 보시다가

갑자기 급해 서른셋 서른 번을 버무린

 

어머니 아들 딸 들 보고파 보고파도

어른은 꿀 약이야 석 달을 잠겨 얀 단

말씀에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꼽으신

 

하루가 가고가고 이틀이 가고가고

삼년의 스므아흐레 되던 날 밤

밤잠을 설치시면서 보퉁이에 짐 꾸려

 

밤잠을 얹은 채로 바빠서 종종걸음

겨울 낮 몹시 춥고 눈길도 미끄러운

꿈마저 넘어 질까봐 조심조심 길 건너

 

따뜻한 아랫목에 요 깔고 엎드려서

고향을 생각조차 아니 한 그 환한 방

불보다 더 환한 등불 초인종을 누르샤

- 이영지 3일째 그대 어머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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